[사설] 김정은의 신년사 환영하지만

  • 등록 2018-01-02 오전 6:00:00

    수정 2018-01-02 오전 6:00:00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 의향과 미국에 대한 위협을 동시에 담은 메시지를 발표했다. 어제 공개된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거론하며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하면서도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다”고 거듭 밝힌 것이다.

평창올림픽 참가 의향을 밝힌 대목만 살펴본다면 더없이 반가운 것이 사실이다. 북한이 올림픽 기간 중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말끔히 덜게 됐을 뿐 아니라 나아가 평화축제로 치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더 나아가 대표단 파견을 위해 “남북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제의까지 해 왔다.

이러한 제의에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지만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에 대해서는 냉철한 접근이 필요하다. “핵 단추가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다는 것은 위협이 아닌 현실”이라고 밝힌 부분에 이르러서는 기본 태도가 거의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우리 정부가 미국에 대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미루자고 제안한 틈을 노려 양국 동맹의 굳건성을 시험해 보려는 의도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미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합동군사훈련 연기 방안에 대해 일리가 있다는 반응과 함께 동맹관계의 약화를 우려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대화 제의를 뿌리칠 필요는 없겠지만 미국과 공연히 엇박자를 내는 경우만큼은 피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본격적인 경제 제재로 북한이 갈수록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사실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평창올림픽의 성공 못지않게 한·미 공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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