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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분양 전부터 VIP 사전 방문객을 대상으로 ‘에스 클래스(S-Class)’ 카드 발급에 나섰다. 층수와 동을 미리 정해 등록할 경우 부적격 당첨 물량에 대한 우선권을 주는 것으로 청약자가 이전보다 줄어들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다. 서초구 잠원동 J공인 관계자는 “청약 요건 변경으로 1순위 당첨 발표 뒤 부적격자가 이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며 “다주택자나 과거 5년 내 아파트에 당첨된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부적격자 물량을 노리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전했다.
투자 수요가 대거 빠지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된 연말 분양시장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11·3 부동산 대책 이후 확 달라진 청약제도에 수요자들과 건설사들이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과거에 볼 수 없던 신풍속도가 청약시장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세대원→세대주 갈아타기 ‘속도’
한결 까다로워진 청약 요건에 모델하우스에서 청약 1순위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는 수요자도 부쩍 늘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부부 중 한 명이라도 5년 내 당첨된 적이 있거나 통장을 사용하지 않고 2순위에 당첨됐다가 계약을 포기한 경우도 재당첨이 금지된다는 점을 많은 분들이 모르고 있다”며 “상담 과정에서 1순위 자격이 안 되는 것을 알고 실망하는 방문객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내 집 마련 신청’ 부활…청약 당첨자 날짜 ‘눈치싸움’ 치열
건설사들은 분양아파트 계약률 ‘사수’에 분주한 모습이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말 서울 종로구 무악2구역에서 공급한 ‘경희궁 롯데캐슬’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한동안 뜸했던 ‘내 집 마련 신청서’ 접수를 재개했다. 내 집 마련 신청은 정규 청약 이후 미계약 물량에 대해 사전에 청약 의사를 밝힌 수요자들 가운데 추첨을 통해 당첨 기회를 주는 제도를 말한다.
당첨자 발표일을 두고 건설사 간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당첨자 발표일이 같은 단지에 중복 청약했다 동시에 당첨될 경우 모든 당첨이 취소될 수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자 인기 분양단지를 피해 당첨자를 발표해 반사이익을 보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지난 3일 당첨자 발표에 나선 서울 마포구 ‘신촌 그랑자이(평균 28.4대 1)와 송파구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평균 28.9대 1)은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날 분양한 ‘e편한세상 서울대 입구’(평균 5.04대 1)와 ‘래미안 아트리치’(평균 4.6대 1)는 청약경쟁률이 한 자릿 수에 그치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이들 단지보다 하루 늦게 당첨자 발표를 진행한 종로구 ‘경희궁 롯데캐슬’ 아파트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43대 1, 최고 200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조기 마감됐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청약 자격이 대폭 조정되면서 전매 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가 시장에서 대거 이탈하고 ‘묻지마 청약’이 사라지는 등 청약시장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이달 분양한 단지들의 청약 성적은 내년 상반기 분양시장은 물론 아파트값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