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연달아 드러나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부적절한 처신을 바라보며 또다시 좌절감을 느낀다. 잘못된 정치를 바꿔보자고 유권자들마다 한 표를 행사한 것이지만 결국 그렇고 그런 사람들 중에서 선택한 셈이다. 유권자들이 우롱당한 것이다. 이런 인물들로는 국회의원의 기득권 포기는 애당초 물 건너 간데다 민생국회에 대한 기대도 한풀 꺾일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더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경우는 점입가경이다. 지난 19대 국회 시절 자신의 딸과 남동생, 오빠를 의원실 보좌진으로 줄줄이 채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석사학위 논문 표절시비까지 불거진 데다 보좌진 월급에서 후원금을 받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여기에 변호사인 남편을 고위 판검사들과의 회식 자리에 합석시키기도 했다니, 그야말로 ‘가족 돌보미’ 종합세트다.
더민주당이 뒤늦게 서 의원에 대해 자체 감찰에 착수했다지만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미리부터 의문이다. “모든 의혹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으나 논란이 확산되면서 당쪽으로 쏠리는 화살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더민주당이 지난 총선 공천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미리 파악하고도 서 의원을 그냥 공천했다는 지적이 사실이라면 공동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총선 홍보물 리베이트 사건으로 수사대상에 오른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도 마찬가지다. 형사적 혐의 여부를 떠나 이미 청년 대표라는 참신한 이미지를 구겨 버렸다. 이와 관련해 왕주현 사무부총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며, 오늘 박선숙 의원이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니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거래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도 업계의 관행이라고 내세우면서 ‘깨끗한 정치’를 들먹이는 자체가 웃기는 일이다.
20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여야 정당마다 서로 잘해 보겠다며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교섭단체 대표들이 각 당의 포부를 밝힌 일장 연설도 있었다. 하지만 거창한 국정 담론을 꺼내기에 앞서 자기 눈에 틀어박힌 대들보를 제거하는 게 먼저다. 속셈으로는 자기들 이해관계에 생각이 쏠려 있으면서 말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고 떠들어대는 행태에 신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