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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개포지구에서 촉발된 재건축 훈풍이 인근 지역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지난달 강남구 개포지구에서 일반분양 첫 주자로 나선 ‘래미안 블레스티지’(옛 개포주공2단지) 아파트가 3.3㎡당 4000만원을 웃도는 분양가에도 수십 대 일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치면서 인근 지역 재건축 아파트값까지 덩달아 뛰고 있다.
강남 입성을 노리는 수요에 비해 신규 아파트 공급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큰 변화가 없어 서울지역 전체의 주택 가격 오름세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반포·송파 재건축 아파트값도 들썩
서울 강남구 개포동은 래미안 블레스티지 아파트(전용 49~182㎡ 1957가구)의 청약 성공으로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개포주공4단지 전용 35.87㎡ 주택형 시세는 지난달 6억 8000만에서 이달 현재 7억 8000만원으로 한 달 새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가 1억원이나 뛰었다. 이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역대 최고가를 보였던 2009년 9월(7억 5000만원)가격을 3000만원 웃도는 수치다.
현대건설이 오는 7월께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해 분양하는 ‘디 에이치(THE H) 아너힐즈’가 개포지구 내 최고 분양가를 넘어설 것이라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디 에이치는 현대건설의 새 주택 브랜드로 고급 아파트 단지에만 적용된다. 개포주공3단지는 개포공원을 끼고 있는 등 지구 내 최고 입지로 꼽히는데다 첫 디 에이치 단지로 시공에 공을 들일 것으로 알려져 분양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에 불기 시작한 재건축 봄바람은 지난해 재건축시장을 이끌었던 서초구 반포·잠원동과 송파구 잠실동으로 퍼지고 있다. 송파구 재건축시장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잠실주공5단지(전용 76~82㎡ 3930가구)는 오는 12일 대의원 회의에 이어 내달 7일 조합원 총회 등이 차례로 예정되면서 아파트값이 한 달 동안 4000만∼5000만원 올랐다. 예컨대 이 아파트 전용 76.49㎡는 한 달 전 11억 7000만∼11억8000만원에서 이달 현재 12억 2000만원까지 올랐다. 이 아파트 전용 82.51㎡도 지난달 13억원에서 현재 13억 3000만원으로 3000만원 상승했다.
반면 기존에 들어선 아파트는 재건축 봄바람이 비켜간 분위기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잠실동 리센츠(전용 27~124㎡ 5563가구) 전용 59.99㎡형은 이달 현재 8억 7500만원으로 넉달째 가격이 제자리 걸음이다. 신천동 파크리오(전용 35~144㎡ 6864가구) 아파트 전용 59.95㎡형도 매매가격이 7억 7500만원으로 두 달새 250만원 오르는데 그쳤다. 송파구 신천동 B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아파트 투자 문의만 늘고 있지만 그외 아파트는 시세나 거래에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강태욱 하나은행 부동산 팀장은 “연초 주춤했던 주택시장이 재건축 일반분양에 대한 수요자들의 열기가 확인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며 “강남지역에 공급하는 물량이 재건축으로 한정돼 있는데다 가구 수도 많지 않아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강남 재건축 일반 분양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기존 아파트 단지는 영향을 받지 않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서울 전지역으로 열기가 확산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