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서울 강남권 아파트는 오랜 세월 부동산 투자의 ‘블루칩’으로 통했다. 강남에 집을 사두면 언제나 전국 최고 수준으로 가격이 뛰었다. 이 때문에 서울시민은 물론 전 국민이 강남 집값에 관심을 보여왔다. 그러나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고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가 시장의 주류 상품으로 떠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중소형 위주로 꾸준히 공급이 이뤄진 강북지역(비강남권)의 아파트 투자 수익률이 강남을 능가하는 현상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데일리는 부동산114와 함께 2013년 1월 투자자 A씨와 B씨가 각각 10억원대 강남권 아파트 한 채와 5억원 이하인 강북 아파트 두 채를 구입했다고 가정, 현 시점에서의 투자 수익률을 비교·분석해봤다. 대출 조건은 당시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을 기준으로 대출 60%를 연 금리 3.9%로 정했다. 아파트 매입 시기로 정한 2013년 1월은 주택시장 침체로 집값이 바닥이던 시점으로 중도상환 수수료가 면제되는 기간(대출 3년 이후) 등을 고려한 것이다. 매입한 아파트는 2012년 하반기에 강남과 강북권에 각각 입주한 재건축 단지를 대상으로 했다.
A씨가 선택한 아파트는 강남구 역삼동 재건축 단지인 ‘개나리SK뷰’(247가구) 전용면적 84.99㎡형이다. 2012년 8월 입주한 이 단지는 서울지하철 2호선과 분당선 환승역인 선릉역과는 불과 200m 거리인 초역세권 입지와 우수한 강남 학군을 자랑한다. 주택형도 강남권에서 희소성이 높은 중소형이라 투자 가치가 충분해 보였다. 2013년 1월 A씨는 이 아파트를 평균 매매가 수준인 10억 9000만원에 샀다. 3년이 지난 현재 이 아파트 시세는 평균 12억 1500만원 선으로 집값이 11.5%(1억 2500만원) 가량 올랐다. 그러나 매달 212만 5050원씩 내야 하는 대출이자가 3년간 7650만 1800원에 달한다. 또 양도소득세 2596만원(세율 35%)와 취득세 2398만원(세율 2.2%) 등을 더하면 총 1억 2644만 1800만원이 지출돼 투자수익률은 결국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됐다.
반면 B씨는 성동구 옥수동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옥수리버젠’(1511가구) 전용 59.25㎡짜리 아파트 2채를 매입했다. 지하철 3호선 금호역과 옥수역 등이 가깝지만 입지 여건은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개나리SK뷰와 견주면 한참 떨어진다. B씨는 1채당 4억 6000만원씩, 총 9억 2000만원에 아파트 2채를 샀고 대출이자는 월 179만 4000원 선이다. 현재 이 아파트의 매맷값은 평균 6만 7000만원으로 3년 새 2억원이 넘게 올랐다. 두 채를 모두 팔았을 때 시세 차익은 4억 2000만원에 달한다. 대출이자 6459만 4000원과 양도세 1억 1323만 4000원(세율 38%), 취득세 2024만원(세율 2.2%) 등을 모두 빼더라도 총 2억 2193만 2000원을 벌어들여 투자수익률이 23.8%(연 8%)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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