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리 조진영 기자] 중국의 스마트폰 샤오미(小米)는 ‘짝퉁 애플’이란 오명을 달고 다녔다. 샤오미가 시장에 나왔을 때 글로벌 업체들은 샤오미의 중국어 뜻인 ‘좁쌀’을 운운했고, 이를 경쟁업체로 보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적어도 올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가 1499만대를 판매하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할 때 까지 말이다. 샤오미는 그동안 부동의 1위였던 삼성전자(1323만대)의 콧대를 눌렀다. 모바일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올라선 것이다.
‘일본이 돌아왔다’(Japan is back).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두번째 집권의 취임일성으로 일본의 부활을 강조했다. 일본 기업들은 엔저로 축적된 여력을 바탕으로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엔저와 실적 개선으로 인한 수익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대표 산업 중 하나인 자동차 업체들부터 엔저의 여력을 발휘하고 있다. 닛산은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판매하는 18개 모델 가운데 7개 모델의 가격을 최대 10%넘게 인하했으며, 도요타 역시 모델당 평균 인센티브를 현대·기아차보다 훨씬 많은 2500달러로 책정하는 등 가격인하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 산업의 미래가 심상찮다. 2007년 초 이건희 삼성 회장이 샌드위치 위기론을 들고 나왔을 때만 해도 여유가 있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현재의 위기는 샌드위치처럼 부드러운 빵 사이가 아니다. 코밑까지 바짝 따라붙은 중국, 아베노믹스를 앞세워 부활하는 일본 기업 사이에서 자칫 삼류로 몰릴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격차가 줄어들었지만, 중국과의 격차가 확대됐다”면서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수가 2009년 73개에서 2012년 64개로 9개 줄어든 반면, 중국의 1위 품목수는 2007년 1210개에서 2012년 1485개로 꾸준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中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2000년 3.9%→2013년 12.1%..韓의 4배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공세에 그나마 여유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은 기술력 격차였다. 하지만 이제 이것도 옛말이다. 중국의 세계 수출 시장점유율 변화를 보면 위기감이 더욱 고조된다.
핵심 제조업 영역을 보면 마음이 더 급해진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이 28개 연구개발(R&D) 분야의 592개 세부기술을 평가한 지수를 보면 디스플레이 부문의 기술력 격차는 2011년 26.9에서 2년 만에 19.3으로 줄었고 반도체는 17.3에서 13.1로 격차가 좁아졌다. IT융합 부문도 14.9에서 11.7로 근접했다. 한국이 미국·일본·유럽을 쫓아가는 보폭보다 훨씬 빨리 중국과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
정민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격차가 줄어들었지만, 중국과의 격차가 확대됐다”면서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수가 2009년 73개에서 2012년 64개로 9개 줄어든 반면, 중국의 1위 품목수는 2007년 1210개에서 2012년 1485개로 꾸준히 증가했다“고 우려했다.
엔저 무기로 日 해외투자 사상최대..법인세 인하도 기업에 활력될 것
일본 제조업의 상징인 자동차산업은 지난해 엔화가치 하락 이후 가격경쟁력을 회복해 완전히 일어섰다. 엔저가 위협요인이 되는 이유는 엔저로 인한 이익증가분을 경영체질 개선을 위한 투자확대에 주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일본의 해외투자는 13조 엔으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법인세 2.5%포인트 인하 역시 성장전략의 일환이란 분석이다. 법인세는 기업활동과 직접 연결되는 만큼 각국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부분이다.
계속된 샌드위치 위기, 구조개혁만이 해법
문제는 1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샌드위치 위기를 뚫고 나갈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자와 자동차는 물론 철강 조선 화학 등 한국 대표 제조업의 경쟁력이 줄줄이 추락하고 있지만 해법은 없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이 기술경쟁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데다, 일본 기업들도 엔저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어 수출시장을 중국과 일본 기업이 급속히 잠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결국 금리정책과 단기부양책이 실효성을 잃은 상황에서 구조개혁만이 현 상황을 탈피할 수 있는 해법이란 목소리가 높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끼어있는 상태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결국 근본적인 체질개선 방안과 단기적인 위기 대처가 모두 잘 이뤄져야 가능하다“며 ”우리 경제의 수출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서비스업 발전 지원 및 규제완화 등 내수 활성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좀비기업으로 불리는 부실기업들이 건실한 기업들의 성장을 악화시키고 있다”면서 “이들에 대한 지원정책을 재고해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방향으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관련기사 ◀
☞ [광복70년]“부자·기업 지갑 열게해야 일자리 늘고 내수 살아난다”
☞ [광복70년]고사 직전 제조업 ‘규제완화·내수활성화’ 링거 꽂아야
☞ [광복70년]상반기…中企 홈쇼핑 신설, 하반기…공공기관 통폐합
☞ [광복70년]美中·美露·中日 ‘新 냉전시대’…한국이 동북아 평화 열쇠
☞ [광복70년]조선이나 지금이나 4색 당파…‘통합·공존·소통 리더십’ 절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