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한 관료의 말이다. 정부가 전세난 우려가 커질 때마다 빚 내서 집 사라거나 월세 대출을 해주겠다는 엉뚱한(?) 대책을 내놓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속사정은 이렇다. 정부도 둘 다 잘하고 싶다. 집값은 물가상승률을 약간 밑돌 정도로 완만하게 오르고 전셋값도 잡혔으면 좋겠다. 실질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집 사려는 수요만 꾸준히 유지되면 ‘베스트’로 본단다. 경기 침체 없이도 집값 거품을 조금씩 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그게 안 된다. 전세는 투자자가 남는 집을 사서 세를 놓아야 공급된다.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보고 누군가는 과감히 전세를 끼고 아파트에 베팅해야 한다. 이게 예전에는 통했던 공식이다. 과거엔 집값과 전셋값 차이가 줄면 집 사려는 수요가 늘었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전세난에 ‘대출받아 집 사라’는 취지의 대책을 마련했던 이 관료가 털어놓는 고충이다.
현재 진행형이자 앞으로도 오랜 기간 이어질 전세난은 새로운 의미의 시장 실패를 보여준다. 다수가 미래의 불확실성을 피해 집을 사지 않겠다는 경제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결과가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의 불행으로 귀결되고 있어서다.
시장의 실패를 정부가 무제한적으로 책임지기는 불가능하다. 시장 참여자 모두 ‘공짜 점심은 없다’는 해묵은 격언을 다시 되새겨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