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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신우 김동욱 기자] 지난 14일 찾은 경기도 성남시 고등동. 서울 강남에서 차를 타고 20분이면 닿는 곳이지만 눈에 들어온 풍경은 사뭇 달랐다. 도로변 좌우엔 낮은 상가들이 줄지어 서 있고 그 뒤론 논밭이 이어져 있다. 비닐하우스도 띄엄띄엄 들어차 있었다. 한적한 시골마을 풍경이다. 최근 들어 이 조용했던 마을이 떠들썩해졌다. 주민들은 말을 아끼지만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내달 초부터 보금자리지구로 묶인 이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토지 보상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보금자리주택 사업 시행 4년 만이다.
토지보상금 5300억원 풀린다
고등동은 2010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입지가 워낙 좋은 데다 개발 잠재력도 풍부했기 때문이다. 서울~용인고속도로와 23번 국도를 끼고 있는 이곳은 분당·판교신도시는 물론 서울 강남 접근성도 뛰어나다. 차를 타면 서울 세곡동을 거쳐 양재동까지 15분이면 갈 수 있다. 주변에 있는 내곡사거리를 지나 389번 도로를 타면 바로 분당·판교신도시로 이어진다. 서울·수도권에서 대표적인 주거지로 통하는 강남과 판교, 분당의 중간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정부 발표 당시 이 지역이 개발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던 이유다.
그러나 사업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성남시 반대로 지구 지정은 사업계획 발표 1년 뒤인 2011년에 이뤄졌다. 다른 보금자리지구에서는 아파트를 짓기 전 미리 사전예약을 통해 청약자를 모집했지만 성남 고등지구는 이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여기에 주택 경기 침체와 LH의 재정난으로 사업 추진은 난항을 겪었다.
주민들의 관심은 토지 보상에 쏠려 있다. 안수영 주민비상대책위원장은 “토지 보상까지 무려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만큼 주민들도 기대감을 가지고 있지만 혹시나 감정가격이 떨어지지 않을까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토지 보상을 앞두고 있지만 이 일대 부동산시장 분위기는 잠잠한 편이다. 거래 역시 드문드문 이뤄질 뿐 찾는 사람도 많지 않다. 고등동 B중개업소 관계자는 “땅값에 개발 호재 등이 반영돼 투자금 부담이 만만찮은데다 아파트 착공까지도 한참 남아 있다 보니 투자 문의가 뜸한 편”이라고 전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고등동 일대 공시지가는 농지의 경우 3.3㎡당 100만원, 집을 지을 수 있는 토지는 500만원이 넘는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원래 집이 있었던 대지의 경우 실제 거래되는 가격은 3.3㎡당 800만~1000만원 수준”이라며 “다만 거래가 많지 않아 4~5년 전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토지 보상을 기다리는 주민들도 부동산 투자엔 시큰둥한 반응이다. 지역 주민 김모(45)씨는 “보상금을 기대하고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많은데 개발사업이 지연되면서 주민 상당수가 빚에 시달리고 있다”며 “주변 부동산에 투자할 여력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인근 C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 착공 일정 등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며 “토지 보상에 맞춰 부동산시장이 당장 움직일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