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현실과 인공지능(AI), 웨어러블 산업은 구글 애플 삼성전자 인텔 소니 등 글로벌 정보통신(IT)기업들이 치열하게 시장 선점전을 펼치는 전장(戰場)이다. 먼저 승리의 깃발을 꼽겠다는 야욕이 글로벌 IT 업체들의 인수·합병(M&A)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페이스북은 2005년부터 46개 기업을 사들이면서 체질과 체형을 바꿔나가고 있다.
글로벌 M&A시장의 진정한 포식자는 구글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1998년 창업한 구글은 지난 2001년 이후 지금까지 146곳을 인수했다. 올들어서도 홈오토메이션 업체 네스트(Nest)를 42억 달러에, 인공지능업체 딮마인트테크놀로로지를 6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2010년이후만 봤을 땐 평균 일주일에 한 곳 이상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모두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플랫폼에 지구촌을 한아름으로 연결하려는 ‘초연결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원하던 원치않던 ‘빅브러더’의 길을 지향하고 있는 모생새다. M&A의 양상이 최근 부상하고 있는 사물인터넷(IoT·사람이 쓰는 여러 기기를 인터넷으로 연결)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두 기업의 M&A 리스트를 보면서 두가지가 떠오른다. 한국 1위기업 삼성전자와 국내 벤처기업의 모습이 도통 존재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글로벌 IT M&A시장에서 한국기업들은 철저한 소외자다. 50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만 봐도 그렇다. 질과 양면에서 그렇다. 2007년이후 18곳을 인수했지만, 크게 조명받은 게 없다. 젊은 기업 트위터는 벤처기업 29곳을 사들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시스코는 각각 181건과 208건의 M&A를 진행했다. 또 다른 관찰 포인트는 글로벌 IT기업의 사냥감에 한국 벤처기업이 없다는 점이다. 웹 블로그 소프트웨어업체 TNC가 2008년 구글에 인수됐을뿐 페이스북, MS, 시스코, 트위터 등 쟁쟁한 IT기업의 사냥 리스트 한국 벤처는 없다.
국내기업들은 군색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쓸만한 벤처가 없다. M&A를 할라치면 ‘문어발’이라고 공격한다.”(대기업) “기술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자립할만하면 연구자를 빼간다.”(벤처기업).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란처럼 보이지만, 사고싶은 기업들에게 ‘문어발’이라고 손가락질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드는게 M&A생태계 선순환고리의 시작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누군가 확실해 사줘야 팔걸 전제로 머리를 싸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M&A는 ‘사자’가 주도는 시장이다. <총괄부국장겸 산업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