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59조원, 8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실적 발표를 앞두고 외국계 증권사는 8조원대 영업이익 전망을 하며 분석력을 입증했다. 반면 국내 대다수 증권사는 스마트폰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를 고려해도 막판까지 9조원을 웃돌 것이란 추정치를 바꾸지 않았다.
앞서 국내 삼성전자 담당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7월에도 2분기 실적 전망에서 외국계 증권사에 망신을 당했다. 외국계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9조원대 중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대부분 10조원 이상을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에 영업이익 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건설사 실적 전망도 비슷한 사례였다. 삼성엔지니어링 대우건설 등은 잠재적 손실 털어내기인 ‘빅배스(Big bath)’를 통해 기대 이하의 실적을 공개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4451억원, 당기순손실 7817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사 전망치인 300억원대의 적자를 훨씬 못 미치는 실적이다.
전망치보다 못한 실적으로 투자자들이 실망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형주뿐만 아니라 중·소형주에서도 종종 목격된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도 ‘어닝 쇼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상장사 가운데 하나다. 일반 투자자는 물론이고 애널리스트까지 정신적 충격 상태에 빠트렸다. 엔터 업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 대다수가 2012년 3분기에 SM엔터의 영업이익이 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SM엔터는 영업이익 117억원을 기록했다. 기대치의 절반을 조금 넘어서는 결과에 주가는 하한가로 주저앉았다.
최근 여의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CJ E&M 정보 유출 사건은 애널리스트의 전망뿐만 아니라 자질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해 10월 CJ E&M은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정보를 애널리스트들에 알렸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로 작성하기 전에 기관 투자가에 알려 손실을 회피하도록 한 의혹을 받고 있다.
국내 증시의 대표적인 삼성전자부터 성장주로 주목받던 SM엔터, 락앤락에 이르기까지 증시 모든 업종에 걸쳐 ‘어닝 쇼크’가 나타나면서 실적 전망치에 대한 불신 풍조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