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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불붙은 전세시장 진화에 나섰지만 번질 대로 번진 전셋값 폭등세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월세난을 해결할 마땅한 수단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불안정한 전·월세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도시형생활주택 등 소형주택 공급은 늘리고 전세 대출 문턱은 대폭 완화하는 식으로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오히려 시장에서는 월세화 현상이 빨라지고 전셋값은 오르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전·월세 상한제 역시 단기적인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집주인이 임대주택 공급을 꺼리는 등의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민간 임대사업 활성화로 전세 공급 늘려야”
현재의 전·월세난은 전셋집은 많지 않은데 월셋집은 남아도는 양극화 현상에 따른 것이다. 주거비 부담이 큰 월세보다 전세시장에만 수요가 몰리다보니 여름 비수기에도 전셋값이 급등하는 이상현상이 발생했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이 늘면서 전셋집은 더욱 귀해졌다. 따라서 주택 공급을 늘려 전세난을 해결하는 게 최선이지만, 짧은 시간에 집을 대거 지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월세난 해법 중 하나로 논의되고 있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공공임대주택이 전세 물건이 아닌 월세 물건이라는 점에서 전세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민간 임대시장에서 전세 공급이 더 늘어날 수 있도록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해 세제 혜택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내집 마련’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전·월세난 해결을 위해 가장 선행돼야 할 과제로 ‘전세→내집 마련’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은 전세 대출 확대 등으로 전세대출을 받기 쉬워진 반면 취득세 감면 혜택 등은 막혀 수요자가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에 머무르기 더 좋은 환경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전·월세난을 막는다고 했지만 정작 현 상황은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로 눌러앉는 게 수요자 처지에서는 더 이익인 구조”라며 “전세 수요를 매매로 돌릴 과감한 시장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신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상무는 “전세 공급을 늘리려면 돈이 있는 수요층이 집을 사야 한다”며 “주택시장 호황기에 도입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의 규제를 풀어 집 가진 사람들의 주택 보유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다주택자가 임대주택으로 내놓은 주택에 대해서도 양도세를 일반과세할 것이 아니라 아예 면제해주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월세 세입자 지원 늘려야
전세자금 대출 지원이 오히려 전세난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시중에 전세자금이 넉넉하게 풀리면 전셋값이 더 오르는 부작용도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월세 상한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편이다. 장기적으로 전셋값을 올리고 집주인이 임대주택 공급을 꺼리게 하는 등 시장왜곡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원갑 팀장은 “전셋값 상승은 전세 공급이 부족해 발생한 것인 만큼 임대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