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지난해 기준 세계 정보기술(IT) 기업 시가총액 9위인 독일의 소프트웨어(SW) 회사 SAP는 ‘HANA(하나·용어설명)’라는 데이터베이스관리 플랫폼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는 HANA 하나로 작년 3억9000만 유로의 매출을 거뒀다. HANA라는 이름이 우리에게 유독 친숙한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인들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HANA는 차상균 서울대 교수(전기컴퓨터공학부)가 이끄는 실험실 벤처인 TIM이 개발했다. 그러나 한국에선 외면받고 지난 2005년 SAP에 팔렸다. 한국에서 낳았지만 키워 줄 부모를 찾지 못하고 독일로 ‘입양’돼 세계적인 SW가 된 것이다.
IT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지만 SW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안목이 부족해 국부를 놓친 대표적인 사례로 HANA를 꼽는다. 영상인식 기술로 유명한 국내 벤처 올라웍스도 작년 인텔에 인수돼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에도 전 세계 10억 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는 페이스북과 비슷한 모델이 일찌감치 있었다. 2000년대 중반 페이스북과 유사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선보인 싸이월드다. 2000년대 중반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미국, 유럽, 중국, 동남아 등지에 현지법인을 세우며 해외시장에 진출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각 나라 마다 서비스를 최적화한다는 게 오히려 세계적인 SNS 플랫폼으로 가는 데 방해가 됐다.
◇용어설명 =HANA : 기업의 중요한 IT 자원인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SAP의 플랫폼이다. SAP 창업자인 플래트너 회장의 이름을 따 ‘하소 플래트너의 새 구조(Hasso Plattner's New Architecture)‘라는 뜻도 있지만 데이터베이스와 처리장치를 ’하나‘로 합쳤다는 제품 고유의 의미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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