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텍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투자한 회사로 잘 알려졌지만, 수년 전까지만 해도 심각한 노사분규 사업장으로 악명을 떨쳤다. 2003년 이후 매년 파업을 반복했다. 2006년에는 노조가 125일 동안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극적인 노사간 타협을 거쳐 상생 협력의 문화가 뿌리내리기 시작하면서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악명높은 노사분규 사업장에서 고용창출 우수기업으로 탈바꿈
창립 97년을 맞은 대구텍은 텅스텐(초경)절삭공구 및 관련 산업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1916년 상동광산의 채광기업으로 시작한 대한중석광업이 모태다. 1950년대 대한중석의 수출액은 대한민국 수출액의 약 60%를 차지했고, 1968년에는 정부와 합작투자로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을 설립하기도 했다.
국영기업이었던 대한중석은 1994년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거평그룹에 매각됐다. 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로 거평그룹이 부도나면서 외국에 매각된 국내 1호 기업이 됐다. 당시 대구텍을 인수한 곳이 세계 2위 금속절삭 가공 기업인 이스라엘의 IMC(International Metalworking Companies)그룹이다. 이후 2006년 버크셔 해서웨이가 IMC의 지분 80%를 인수하면서 대구텍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손자 회사로 편입됐다.
그러나 문제는 경영진과 조직원 간에 문화적 차이였다.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은 극심한 노사 갈등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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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간 협력 관계는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분규가 사라지면서 회사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고, 해마다 20%대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1000억원을 투입한 제2공장 설립 등을 통해 매년 100여 개의 일자리를 새로이 창출해 대구지역 내 고용 확대에 일조하고 있다.
‘갈등은 소통이 해법’…늘 열려 있는 사장실 문
대구텍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보안을 강조한다. 사전에 약속된 방문객도 일일이 신원확인을 거쳐야 출입이 가능하다.
이처럼 보안을 생명으로 여기는 대구텍에서 유일하게 문을 활짝 열어 놓은 곳이 샤론 사장의 집무실이다. 작고 소박한 집무실에는 직급 구분 없이 결재서류를 들고 찾아온다. 몇몇 직원은 집무실 문앞에 선 채 간단히 보고를 마치고 돌아가기도 했다.
“위기일수록 사람에 투자”
대구텍은 구조조정이 없는 기업, 이직률이 낮은 기업으로 유명하다. 정년퇴직자를 포함해 연간 이직률은 3% 수준에 그친다. 사람을 재산으로 여기는 경영 철학의 결과물이다.
이는 회사 곳곳에서 묻어났다. 공장은 시끄러운 기계음이 울리고, 기름때 가득한 작업장의 모습이 아닌 깔끔한 사무실과 같았다. 직원 1200여 명의 하루 세 끼를 책임지는 4곳의 사내 식당에서는 직원들이 식판 들고 배식받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직원들이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식당 직원들이 직접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또한, 수백m 길이의 벚꽃 길과 은행나무 길을 조성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매년 직원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복지 서비스는 물론 사람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세자릿수의 신규 채용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샤론 사장은 “사람에 대한 투자가 가장 중요하다”며 “위기상황이라고 사람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미래를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기 이후 성장기에 활용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
그는 또 “회사가 어렵더라도 직원의 고용 안정은 보장해야 한다”며 “구조조정은 가장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텍은 IMC 그룹에 편입된 이후 극심한 노사분규로 인한 경영난 속에서도 구조조정은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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