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기 침체 장기화..은행, 연체율 관리 `비상`

집값 하락..가계부채상환 능력 약화
금감원·시중은행, 가계대출 연체율 관리에 분주
  • 등록 2012-06-29 오전 7:00:00

    수정 2012-07-13 오후 6:40:58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경기 고양시 일산 신도시에 사는 직장인 김 모(41)씨는 최근 뜬 눈으로 밤을 새는 일이 잦아졌다. 6년 전 은행에서 대출 받아 어렵게 장만한 아파트가 골치를 썩히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집값이 뛰던 2006년 고민 끝에 은행에서 2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122㎡(37평형)면적의 이 아파트를 4억 원에 샀다. 대출이자가 부담스러웠지만 집값이 뛸 것이란 기대감이 더 컸다. 하지만 한 때 6억 원까지 호가하던 집값은 현재 4억 원대 밑으로 떨어졌다. 집값 하락도 문제지만 감당하기 버거운 이자비용은 연체로 종종이어지고 있다. 김 씨는 결국 은행에서 추가로 4000만원을 대출받아 연체이자 갚는데 사용하고 있다.

가계대출 연체율에 비상이 걸렸다. 가계의 실질소득이 늘어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른 집값 하락으로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97%로 전월대비 0.08%포인트 상승했다. 2006년 10월(1.07%) 이후 5년 7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67%까지 낮아졌다가 올들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의 뇌관에 해당하는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연말 0.61%에서 올들어 5개월 연속 올라 0.85%까지 치솟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집값하락 등으로 인한 분쟁과 건설사 자금사정 악화로 집단대출 연체율이 높아진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가계의 실질소득이 정체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부동산경기 침체가 계속 이어지면서 가계의 이자부담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올 1분기 주택담보대출 규모 306조5000억원 중 내년까지 거치기간이 끝나거나 대출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액이 128조원에 달한다. 내년까지 전체 주택담보대출자의 42%가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셈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자중 부실 위험이 높은 ‘잠재적 위험군’은 30만7000가구에 달한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은행들도 연체율 관리에 분주한 모습이다. A은행 리스크 담당 부행장은 “하반기 경제상황이 불확실한 만큼 집단대출 등 연체율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B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도 “글로벌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는 국내 소비위축을 유발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최근 9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은행권의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은행권의 프리워크아웃은 1개월 미만 단기연체를 반복하는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이자감면, 원금분납 등을 해주는 제도다.

이규복 금융연구원 거시금융연구실 부실장은 “급증한 가계대출은 중장기적으로 국가경제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대대적인 부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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