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과 여야 양당간 채무협상안이 타결됐다는 안도감에도 불구하고 경제지표 부진이 이어지면서 약세를 면치 못했다. 다만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큰 폭 하락을 면한데 만족해야 했다.
이날 다우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대비 10.75포인트(0.09%) 하락한 1만2132.49로 장을 마감했다. 7거래일째 하락하면서 지난 6월초 이후 한 달여만에 가장 긴 약세국면을 지속했다.
또 S&P500지수 역시 전거래일보다 5.34포인트(0.41%) 하락한 1286.94를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는 11.77포인트(0.43%) 낮은 2744.61로 마쳤다.
채무협상안 타결 이후 열린 첫 거래였지만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있는 가운데 장 초반부터 부진한 지표가 나오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이날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7월 제조업지수는 50.9로 전월 수치인 55.3보다 떨어졌고 지난 2009년 7월 이후 2년만에 가장 낮았다. 지난 주말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부진으로 가뜩이나 악화됐던 향후 경기 전망은 더블딥 쪽으로 서서히 기우는 모습이다.
해리스프라이빗뱅크의 잭 애블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제조업지수가 예상밖으로 아주 부진하게 나오면서 소프트패치에 대한 우려를 더 강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다우지수와 S&P500지수 모두 헬스케어주가 약세장을 주도했다. 정부지출 감축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머크사 주가가 2.4%나 떨어졌다. 선헬스케어는 52%나 폭락했고 킨더드 헬스케어도 29% 하락했다.
보험회사인 올스테이트는 2분기에 예상보다 큰 손실규모를 발표하면서 0.09% 하락했고 휴마나는 건강보험에서 35% 이익이 증가하면서 올해 이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지만 오히려 2.98%나 하락했다. 금융주 가운데서는 2013년까지 3만명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은 HSBC가 1.62% 상승했다.
2일 오전중 실적 발표를 앞둔 화이자와 도요타자동차, 바클레이즈 모두 하락했다.
◇ 전세계 제조업경기 `빨간불`
이날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는 7월 제조업지수가 50.9로 전월 수치인 55.3보다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9년 7월 이후 2년만에 가장 낮았다. 시장 전망치인 54.5도 크게 밑돌았다.
지난해부터 경기 회복세를 주도해온 제조업경기가 소비지출 부진에 따른 신규주문 감소와 일본 부품공급 차질로 인한 생산 둔화 등을 감당하지 못하고 꺾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같은 제조업경기 둔화가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 경제권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중국 물류구매연합회(CFLP)가 발표한 제조업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 50.7로, 전월보다 하락했다. 7월 중국 HSBC PMI도 49.3으로 전월 51.6보다 크게 하락했고 올들어 처음으로 기준치인 50 아래로 내려갔다.
유로존에서도 유럽 제조업성장지수가 7월에 50.4를 기록해 6월의 52보다 낮아졌고 특히 최근 22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밖에도 영국과 러시아, 호주 등 주요 국가 제조업지수도 지난달에 하락했다.
미 상원과 하원은 이날 저녁쯤 양당이 합의한 채무협상안을 최종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다만 하원 표결을 내일(2일) 새벽으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일단 현재 분위기로서는 어렵게라도 상-하원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민주당과 공화당 내 일부 불만세력들도 여전한 만큼 낙관하기는 이른 감도 있어 보인다.
민주당의 경우 리드 원내대표가 법안 통과를 자신하고 있지만 이날 조 바이든 부통령을 만난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새로운 세수 확충방안이 부족하다"며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공화당에서도 소위 `티파티`로 불리는 일부 보수파 의원들도 공공연히 불만을 드러내고 있고, 공화당 대선후보로 나선 미트 롬니와 미쉘 버크만 모두 이번 합의안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 "대형투자은행들 美등급 강등땐 충격"
이날 월가 투자분석회사인 샌포드 번스타인(Sanford C. Bernstein)의 브래드 힌츠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노트에서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시 대형 투자은행들이 손실을 낼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힌츠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우리가 예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을 야기할 것"이라며 "금리가 변하고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크레딧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등 트레이딩에는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금리가 상승하고 크레딧 스프레드가 확대되면 자연히 채권 트레이딩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고 레포(RP) 파이낸싱 부담이 커지는 동시에 채권 발행시장도 활기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신용등급 강등에 대비해 이들 투자은행들은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며 "월가에서는 미리 등급 강등을 염두에 두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채권 포지션을 줄여여온 만큼 그 충격은 상대적으로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이에 대해 당사자인 대형 투자은행들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충분히 통제 가능한 이슈"라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