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를 비롯한 유럽연합(EU) 지도부와 국제신용평가회사간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ECB가 그리스의 디폴트를 막기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유로 체제의 신뢰를 약화시키는 또다른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않다.
◇ECB "3개 평가기관 모두 그리스 국채 디폴트 하지 않는다면" FT는 5일(현지시각) 1면 기사를 통해 국제 신용평가사 3곳이 전부 디폴트를 선언하지 않는 한 ECB는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대출을 계속할 것이라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ECB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무디스, 피치등 3개 신용평가회사의 등급중 가장 높은 것을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S&P가 그리스 국채를 프랑스식 제안대로 차환할 경우 `선택적 디폴트` 등급을 부여할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한데 대한 ECB의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EU 당국자와 국제신용평가회사간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레스 닷컴의 캐슬린 브룩스 리서치 이사는 "EU가 화가 나서, 한 신용평가사가 그리스를 등급 하향하는 정도로는 디폴트가 촉발되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다할 것이라는 뜻을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EU, ECB, IMF등 트로이카는 우리의 자유를 (신용평가사들 때문에)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할 때 신용평가사들의 판단보다 이들 세 기관의 평가를 더 신뢰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ECB, 그리스 사태 해결 전면에 나서나 특히 그리스 위기를 다루는 ECB의 태도 변화를 뜻한다는 분석도 있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이코미스트들은 "유로 체제가 담보 대출 규정을 바꾸지 않고서도 그리스 은행을 지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쓰려 한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ECB는 그리스 국채에 디폴트 발생하면, 그리스 은행들이 이를 담보로 한 대출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었다.
ELA은 지불능력이 없는 기관이 아닌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기관에 중앙은행이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아일랜드의 은행들이 이를 이용하기도 했다.
ECB로부터 1000억유로를 빌린 그리스 은행으로서는 디폴트 때문에 대출을 못받는 것은 거의 재앙에 가깝기 때문에 ECB의 입장도 결사적일 수 밖에 없다.
스탠더드 은행의 스티브 배로 외화및 채권 스트래트지스트는 "ECB는 이제 (그리스은행들을) 포기할수 없게 됐다"면서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금융안정기금(EFSF)이 채권을 발행, 그리스중앙은행에 지원하고, 그리스 시중은행이 이를 ECB에 예치하는 방법을 거론하기도 했다.
◇유로체제· ECB, `신뢰 추락` 불가피할 듯 그렇지만 디폴트 등급인데도 디폴트 인정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신뢰의 문제일 수도 있다.
코메르츠 방크의 외화 스트래트지스트는 디폴트에 대한 ECB의 이같은 반응은 유로화에 대한 신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지난해 투기등급수준으로 떨어진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받기 위해 담보규정을 고치는 바람에 유로화가 급락했던 상황과 유사하다는 것.
코메르츠는 "디폴트 등급인데도 담보물로 계속 받아들인다면, ECB는 일부 회복했던 신뢰를 또다시 잃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