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암걸린 나의 MS지분 축소시도"…앨런 회고록 파문

공동창업자 폴 앨런, MS관련 회고록 내달 출시예정
회사 떠난 이유 소상히 다뤄…지분싸움도 소개
게이츠 회장 "앨런 기억이 나와 달라"
  • 등록 2011-03-31 오전 1:58:33

    수정 2011-03-31 오후 9:54:21

[뉴욕= 이데일리 문주용 특파원] "친구 빌 게이츠는 내가 암 치료를 받느라 일하기 어려울 때, 내 마이크로소프트(MS) 지분을 축소하려 했다"

빌 게이츠 회장과 함께 MS의 공동 창업자였던 폴 앨런의 새 회고록이 미국 비즈니스계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킬 전망이다.

30일(현지 시각) 초고를 입수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폴 앨런이 `아이디어 맨: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의 회고록`이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오는 4월17일 출간할 예정이라며, 일부 내용을 소개했다.

회고록에는 아직도 석연치 않은 의문으로 남아 있는, 앨런이 MS를 떠난 이유, 다정했지만 가깝지 않았던 빌 게이츠와의 관계 등에 대해 앨런은 `자신의 눈`으로 되돌아보고 있다.

벌써 빌 게이츠는 이 회고록 내용에 서운함을 표시했다. 그는 "많은 사건에 대해 내 기억이 폴과는 다르지만, 나는 우정과 함께 그가 IT 세계와 MS에 이바지한 공헌을 존중한다."라며 일정한 선을 그었다. MS의 초기 역사를 아는 사람들은 앨런의 기억이 심한 혼란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빌 게이츠-스티브 발머, 암 걸린 내 지분 희석 공모했다"

MS의 사사(社史)는 공동창업자 앨런이 회사를 떠난 것이, 지난 1982년 그가 악성 림프종의 일종인 호지킨병 진단으로 첫 암 수술을 받으면서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회고록에서 앨런은 조근조근 하게 말하는 타입인 자신이 논쟁을 즐기는 지시형의 빌 게이츠와 큰 차이점을 느껴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고 쓰고 있다.

이와 관련, 회고록은 두 사람 사이에 심각했던 사건을 소개했다.

암 진단을 받았던 1982년. 앨런은 우연히 회사에서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 현 MS CEO 사이에 대화를 엿듣게 된다. 두 사람은 성과가 부진한 앨런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의 회사 지분을 희석하기 위해 자기들과 다른 주주들을 대상으로 옵션을 발행하는 방법을 얘기하고 있었다.

앨런은 방으로 쳐들어가 그들과 맞섰다. 그들은 나중에 앨런에게 사과하고 계획을 철회했다.

앨런은 "나는 회사 창업을 도왔으며, 병 때문에 제한된 범위에서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업자와 동료는 나를 제거하려 했다. 분명히 돈을 목적으로 한 기회주의였다"라고 주장했다.

WSJ은 이 부분에 대해 확인을 요청했지만, 스티브 발머 CEO가 "노 코멘트"했다고 대변인이 전했다.

◇"게이츠, 창업 초기부터 지분 욕심 집요했다" 회고록은 또 빌 게이츠 회장이 앨런의 지분을 줄이려는데 집요했다고 주장했다.

1970년 중반, 게이츠 회장은 앨런의 조언에 따라 하버드대를 중퇴, 뉴멕시코에 회사를 설립했다. 게이츠 회장은 당시 MITS 알테어 8800이라는 초기 PC의 BASIC 프로그램언어 운용 소프트웨어를 만든 공로로 회사 지분 60%를 요구했다.

앨런은 게이츠의 요구를 수용했고, 그로부터 몇 년 후 두 사람은 정식의 파트너십을 맺었다. 게이츠는 자신의 몫 64, 앨런의 몫 36으로 다시 지분 변경을 요구했고 앨런은 또 수용했다. 이후 앨런이 `소프트카드`라는 성공적인 제품을 만들어 지분을 늘려 달라고 요구했으나 게이츠는 이를 거절했다.

앨런이 사립학교 10학년, 게이츠가 8학년일 때부터 알게 된 이들 관계가 이 때부터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앨런은 "이 때, 나의 일부가 죽었다. 나는 우리의 파트너십이 공평함에 기반을 뒀다고 생각했는데, 빌의 이기심이 모든 고려사항을 무시하는 것을 봤다. 동업자는 더 많은 파이를 쥐기 위해 매달렸다.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때 "오케이, 언젠가 여기를 떠난다."라고 결심했다고 회고록은 적고있다.

◇"앨런이 일을 열심히 안했기 때문"..130억불 자산 누릴 자격 없어 WSJ은 이 대목에서 두 사람을 잘 아는 사람들의 진술은 회고록과 상당부분 다르다고  지적했다. 게이츠 회장이 앨런의 지분을 줄이려 했던 시도는, 앨런이 열심히 일하지 않고, 회사에 전념하지 않았던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것.

주위 사람들은 게이츠 회장이 첫 파트너십 합의문에 두 사람 사이에 화해할 수 없는 견해차가 발생하면, 자신이 앨런의 주식을 사들일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던 것도 그런 이유 중 하나였다고 했다.

MS가 성장하면서, 빌 게이츠처럼 `MS 제국` 건설이라는 일념 하나로 사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다. 온종일 사무실에서 회사 전략과 기술 결정을 놓고 논쟁했다. 반면 앨런은 그런 삶에 싫증을 느꼈고, 그룹에서 처지기 시작했다.

앨런은 "나의 가라앉은 사기는 일에 대한 열정을 약화시켰고, 그게 빌의 다음 공격을 촉발시켰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빌은 앨런이 회사를 떠나지 않게 하려고 애를 썼다고 회고록은 밝히고 있다.

회사를 떠난 앨런은 MS 지분으로 포브스 집계기준 세계 57위인 130억 달러대의 갑부가 됐다. WSJ은 앨런이 떠난 이후에 MS가 본격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앨런이 그런 부를 누리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도 일부 있다고 전했다.

창업 초기 그들과 함께 일했던 데이비드 버넬은 "앨런이 세계 다양한 분야에 상식과 관심을 두고 있었던 반면, 빌은 하나에 몰입하는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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