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혼조..`구제금융 우려 vs 버핏효과`

버핏, 골드만 투자효과로 초반 반등
버냉키 발언+구제금융 우려로 후퇴
골드만 제외한 금융주 대부분 하락
나스닥만 반등..저가매수세 유입
  • 등록 2008-09-25 오전 5:39:57

    수정 2008-09-25 오전 7:04:28

[뉴욕=이데일리 김기성특파원] 24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변동성 장세를 펼친 끝에 혼조세로 마감했다.

이날 장초반에는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골드만삭스에 5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일제히 반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버핏 효과`가 주식시장의 반등을 주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상하원 합동 경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미국의 금융시장이 중대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발언한 이후 주요 지수는 뒤로 물러섰다.

특히 미국 정부의 7000억달러 구제금융법안에 대한 의회의 승인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감이 지속되면서 투자심리는 더욱 악화됐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전날 상원에 이어 하원에서 구제금융법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업종별로는 골드만삭스를 제외한 금융주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만825.17로 전일대비 29포인트(0.27%) 떨어졌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2.35포인트(0.20%) 밀린 1185.87로 거래를 마쳤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155.68로 2.35포인트(0.11%) 반등했다. 기술주의 주가수익배율이 2005년 이후 최저치에 달하고 있다는 소식에 일부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결과다.

◇골드만 상승 `버핏효과`..나머지 금융주 하락 `버냉키+구제금융 악재`

골드만삭스(GS)는 영구 우선주를 발행,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로부터 5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6.4% 상승했다.

골드만삭스는 버크셔 해서웨이에 향후 5년내 50억달러의 보통주를 주당 115달러에 살 수 있는 주식매입권(워런티)도 주기로 했다.

이와함께 골드만삭스는 버크셔 해서웨이 이외의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통주 공모 규모를 당초 계획했던 25억달러에서 50억달러로 확대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중대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버냉키 연준 의장의 발언과 의회의 구제금융법안 지연 우려감으로 인해 나머지 대부분의 금융주는 하락했다.

씨티그룹(C)은 5.1% 떨어졌고, 모간스탠리(MS)는 11% 후퇴했다.

특히 매각 작업이 추진되고 있는 워싱턴뮤추얼(WM)은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로부터의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29% 폭락했다.

S&P는 "워싱턴뮤추얼 매각이 회사 전체를 포함하지 않을 가능성을 반영했다"며 신용등급을 `BB-`에서 `CCC`로 한꺼번에 5단계 낮췄다.

◇버냉키 "美금융시장 심각한 위기"..폴슨 "CEO 연봉 제한 수용 의사"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날 상하원 합동 경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미국의 금융시장이 중대한(grave)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미국 정부의 7000억달러 구제금융법안에 대한 의회의 조속한 승인을 다시 촉구했다.

버냉키 의장은 "신용위기는 가계 및 기업 지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고, 경제 활동은 광범위하게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시스템의 안정화가 경제회복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제조건"이라며 "금융환경이 장기간에 걸쳐 개선되지 못한다면 전반적인 경제는 상당히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버냉키 의장은 "최근의 금융위기가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가계와 기업들에 대한 신용 확장을 더욱 꺼리게 만들 것"이라며 "경제성장률 하락 위험은 심각한 우려사항으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은 그러나 인플레이션 압력의 경우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경기둔화가 인플레이션 압력 감소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전망은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고,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위험도 중대한 우려사항이다"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는 않았다.
 
한편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이날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민주당이 구제금융법안에 넣도록 요구하고 있는 구제 대상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연봉에 상한선을 두는 방안을 수용할 뜻을 내비쳤다.  
 
폴슨 장관은  "국민들이 (거액의) CEO 보상에 대해 화가 나있고, 이는 정당하다고 본다"며 "법안에서 이를 반영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폴슨 장관은 "구제금융법안의 효과를 훼손하지 않는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주택 회복은 멀었다`..8월 기존주택판매 2.2%↓ `예상하회`

미국의 8월 기존주택판매가 감소하면서 월가 전망치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8월 기존주택판매(계절조정)가 전월의 연율 502만채에서 491만채로 2.2% 줄었다. 이는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연율 493만채에 못미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율 494만채로 예상했었다.

8월 기존주택판매는 전년동월대비로는 10.7% 감소했다. 이같은 판매 부진은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신청과 AIG의 구제금융 등으로 금융위기가 더욱 고조된 이후 모기지 대출을 받기가 한층 어려워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주택가격(중간값)도 20만31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9.5%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주택재고는 연율 426만채로 7% 줄어들었다. 8월 판매실적과 비교하면 10.4개월치 물량으로 지난 3월 이후 최저치다.

◇유가 이틀 연속 하락..`美 수요 5년 최저`

국제 유가가 근 5년래 최저치로 감소한 미국의 원유 수요 영향으로 이틀 연속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1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88센트 떨어진 105.7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유가는 장초반 강세를 나타내기도 했으나 미국의 지난 4주간 하루 평균 원유 수요량이 전년대비 6.6% 줄어든 195만배럴에 그쳤다는 에너지부의 발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는 지난 2003년 10월 이후 근 5년래 최저치다.

카일 쿠퍼 IAF 어드바이저 애널리스트는 "원유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며 "그 소식이 유가 하락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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