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가 연속적인 손실의 고리를 끊기 위해 부실 덩어리인 대규모 자산담보부증권(CDO)을 아예 매각했다고 발표한 이후 금융권 부실자산 상각의 불확실성 제거를 위한 막바지 단계에 도달했다는 기대감이 나오면서 금융주를 일제히 끌어올렸다.
한때 3개월래 최저치로 급락한 국제 유가는 유통 등 소비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북돋았다. US스틸, 암젠 등의 실적 호조와 예상밖 증가세를 나타낸 소비자신뢰지수도 호재 대열에 합류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만1397.56으로 전일대비 266.48포인트(2.39%) 급등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55.40포인트(2.45%) 치솟은 2319.62로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1263.20으로 28.83포인트(2.33%) 올랐다.
◇메릴린치 해법 `긍정적`..금융주 동반 랠리
미국 3위 증권사인 메릴린치의 자산담보부증권(CDO) 매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면서 금융주가 일제히 상승했다.
메릴린치가 장부상 306억달러의 CDO를 론스타에게 67억달러에 매각, 향후 부실자산 상각의 불확실성을 상당부분 줄였고, 이를 계기로 그동안 애매했던 CDO의 가격 기준이 마련됨에 따라 금융권의 추가 상각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는 기대감이 제기됐다.
`월가의 족집게 애널리스트`인 오펜하이머의 메리디스 휘트니는 메릴린치의 조치에 찬사를 보내면서 "가장 어려운 작업이 끝났기 때문에 주가는 적정 가격에 근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의 애널리스트인 제프리 로젠버그는 "금융권의 CDO 관련 리스크가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며 "장부가치 이하의 헐값 매각은 당장 손실을 초래했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확실히 감소시켰다"고 진단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다드 앤 푸어스(S&P)도 "메릴린치가 다른 CDO를 비롯해 주택 및 상업용 모기지와 모기지유동화증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거래로 인해 추가적인 대규모 상각의 가능성은 상당히 줄었다"면서 이번 조치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메릴린치(MER)는 7.8% 올랐고, 씨티그룹(C)과 리먼브러더스(LEH)는 각각 5.8%와 10.5%씩 상승했다.
국제 유가가 한때 기술적 단기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배럴당 121달러를 밑도는 등 하락세로 마감했다.
달러 가치의 상승으로 헤지성 및 투기성 매수세가 사라진데다 휘발유 재고가 수요 감소로 5주 연속 증가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된 영향을 미쳤다. 마스터카드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휘발유 수요는 14주 연속 감소했다.
이날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9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2.54달러(2.0%) 떨어진 배럴당 122.1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오전 한때는 지난 5월6일 이후 3개월래 최저치인 배럴당 120.75달러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BNP파리바의 브로커인 톰 벤츠는 "달러 상승이 유가 하락에 반영됐다"며 "유가는 단기적으로 하락 추세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US스틸, 암젠, GM, 유통주 `상승`
미국 최대 철강업체인 US스틸(X)은 분기 실적 호조에 힘입어 20% 급등했다.
US스틸은 2분기 순이익은 6억6800만달러(주당 5.65달러)로 전년동기 3억200만달러(주당 2.54달러)의 두배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팩트셋 리서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주당순이익 3.80달러를 크게 넘어선 것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59% 늘어난 67억4000만달러에 달했다.
세계 최대 바이오테크놀로지업체인 암젠(AMGN)도 월가 전망치를 넘어선 분기 실적 발표에 힘입어 2.9% 올랐다.
암젠의 2분기 순이익은 빈혈증 치료제인 `아라에스프`와 `에포젠`의 판매 부진으로 7.7% 감소했으나 특별항목을 제외한 주당순이익은 1.14달러로 월가 기대치인 1.03달러를 웃돌았다.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 모터스(GM)는 8.1% 전진했고, 대표 유통주인 월마트(WMT)와 타겟(TGT)은 각각 2.5%와 3.9% 올랐다.
◇美 7월 소비자신뢰지수 51.9..`예상밖 증가`
미국의 7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상밖 증가세를 나타냈으나 고용시장 위축 등에 대한 우려감으로 인해 저조한 수준을 이어갔다.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의 7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의 51(수정치)에서 51.9로 개선됐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50.1을 웃돈 예상밖 증가세다. 그러나 지난 1992년 이후 16년래 최저치로 떨어진 전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고용시장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일자리를 잡기 어렵다`는 응답 비중이 전월의 29.7%에서 30.3%으로 늘어났다. `향후 6개월동안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답변도 35.7%에서 37.1%로 증가했다.
현재의 경기현황을 의미하는 현재상황지수는 전월의 65.4와 비슷한 65.3을 기록했다. 향후 6개월간 경기에 대한 기대지수는 41.4에서 43으로 개선됐다.
FTN 파이낸셜의 애널리스트인 린지 피그자는 "신뢰지수가 매우 악화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美 5월 20대 도시 집값 15.8%↓..`지표발표후 최악`
미국 20개 대도시의 지난 5월 주택가격이 2001년 케이스/쉴러 지수 발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월가가 가장 신뢰하는 주택가격지표인 케이스/쉴러 지수에 따르면 20대 대도시의 5월 주택가격은 전년동월대비 평균 15.8% 급락했다. 전월대비로는 0.9%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월가 예상치인 -16보다는 나은 수준이지만 지수 발표 이래 최대 하락률이다.
이로써 20개 대도시의 평균 주택가격은 작년 1월 이후 17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엄격해진 모기지 대출기준, 모기지 이자율 상승, 주택차압 증가 등이 주택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을 이끄는 주된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