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정씨가 지난 2004년 7월 17일 경기도 군포시 금정동에서 실종된 전화방 도우미 A(44.여)씨를 살해한 뒤 바다에 유기했다는 자백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양경찰서는 이 같은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 정씨, 전화방 도우미 살해 했나 안 했나
안양서 김병록 형사과장은 22일 수사 브리핑에서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경기도 군포와 수원에서 잇따른 전화방, 노래방 도우미 실종 사건과 정씨와의 연관성에 대해 “확인된 게 없다. 계속 수사 중이다”라고 밝혔다.
경기청의 한 관계자는 “21일 조사 과정에서 정씨가 군포 전화방 도우미를 살해한 뒤 바다에 유기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안다. 자세한 내용은 안양서 형사과장에게 물어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양서 형사과장은 “(정씨가) 자백한 사실이 없다. 오후 브리핑은 하지 않겠다”며 경기청에 대해 우회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경기청은 안양서의 수사 내용을 보고 받는 상급 기관이라는 점에서 일단 ‘정씨가 군포 전화방 도우미를 살해했다’는 자백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양서는 초등생 살해 유기 사건도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또 다른 내용이 불거져 나와 수사에 부담을 느끼고 무조건 ‘부인’부터 하는 게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앞서 정씨는 A씨가 실종된 당시 A씨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으로 확인돼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당시 경찰은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정씨를 풀어준 바 있다.
경기도 안양경찰서는 사건 당일인 지난해 12월 25일 정씨가 “본드를 마신 상태에서 아이들을 납치했으며 성추행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이들을 살해했다”는 자백을 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정씨는 ‘교통사고로 우연히 아이들이 숨졌다’, ‘귀엽다고 쓰다듬는데 반항해 살해했다’ 등 오락가락 진술을 해왔다. 하지만 경찰은 정씨의 이런 진술이 자신의 죄를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해왔다.
안양서 김병록 형사과장은 “외로워서 술을 마신 뒤 본드를 흡입했으며 (정신이)몽롱한 상태에서 담배를 사러 갔다. 집으로 오던 중 아이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어깨를 손으로 잡았다. 반항하는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가 조용히 하라고 위협하면서 손으로 몸을 만지는 등 추행했다. 가족들이 알면 신고할까봐 피해자들을 살해했다”는 정씨의 자백에 대해 상당 부분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까지의 진술과는 달리 시간대와 범행 수법 등이 상당히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술을 마시고 공업용 본드를 흡입한 상태에서 담배를 사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러다 오후 6시쯤 혜진, 예슬 양과 마주쳤고 어깨에 손을 올리자 아이들이 반항해 집으로 끌고 갔다.
경찰은 “이후 정씨가 집안 화장실에서 아이들의 시신을 훼손한 뒤 밤 10시쯤 렌터카를 빌려 수원 호매실 나들목 인근 야산에 혜진 양을, 시화호 근처 군자천에 예슬 양을 각각 유기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 어린이 납치 살해에 마취제 사용 안 해
경찰은 이와 함께 정씨 집에서 마취제 제조 방법이 적힌 종이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 어린이들을 납치하는데 마취제가 사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병록 형사과장은 “인터넷에 나와 있는 마취제 제조에 대한 내용을 종이에 옮겨 적은 것일 뿐 마취제를 구입했거나 보관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공범일 가능성을 두고 조사한 정씨의 대학 선배 A씨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정씨가 아이들을 살해한 시간은 사건 당일 저녁 7시쯤인데 대학 선배와는 오전에 만나 술을 마신 뒤 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정씨의 집 그리고 혜진 양과 예슬 양의 시신이 각각 발견된 호매실 나들목과 군자천에 대해 현장 검증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