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전만 해도 6억 5000만원이던 아파트 가격은 8억원까지 뛴 상태. 최씨는 “집값이 곧 잡힐 것이란 정부 말만 믿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또 당하란 말이냐”며 계약서를 챙겼다.
정부가 신도시 아파트 분양가 인하 등을 주요내용으로 한 부동산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 주말 아파트를 팔겠다는 사람은 여전히 드문 가운데, 오히려 집을 사겠다는 문의 전화가 늘어나고 있다.
과거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 최소 2,3주는 거래가 끊기고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헛공약을 하도 남발하다 보니 국민들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을 정도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땅에 떨어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대책에도 꿈쩍 않는 이상과열 지속=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선 일요일인 5일 문을 연 중개업소마다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강북구 ‘OK공인중개’ 송웅섭 사장은 “정부 발표 이후에도 구입 상담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집을 사려던 사람들은 정부 대책과 관계없이 움직이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토요일에 4,5명의 손님이 다녀갔다는 과천시 ‘별양공인중개’ 김현숙 사장 역시 “대부분의 고객들이 정부 발표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지 여부와 재건축 아파트 구입시기에 관해 문의를 하고 갔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내집 마련 시기 놓고 엇갈린 전망 =정부 대책이 나오기 직전인 지난주 아파트값은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태다. 시세조사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값은 일주일 만에 1.26%나 올라 2000년 이 업체 조사 시작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정부가 엄포를 놓았던 1가구 2주택자 중과세나 부동산종합보유세의 ‘약발’도 전혀 먹히지 않는 형국이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팀장은 “1가구 2주택자들은 대부분 한 채를 팔았거나 장기 보유 쪽으로 정리를 끝낸 상태”라며 “시장엔 오히려 내년 대선(大選)에 따른 경기부양 기대감이 퍼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집값이 단기간에 폭등하고 정부 대책마저 통하지 않자 실수요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 중에는 지금의 집값 상승세가 비정상적인 만큼 주택 구입시기를 미뤄야 한다는 지적이 더 우세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