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홍정민기자] 은행권 PB(프라이빗뱅킹) 경쟁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가운데 일부 은행들이 기존 고객들의 자녀를 틈새공략 대상으로 삼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오는 23일 조선호텔에서 예금 1억원 이상인 씨티골드 회원 자녀인 대학생과 예비 대학생을 대상으로 경제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오전 11시30분부터 시작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김용태 한국씨티은행 자산관리 서비스 부문 상무가 `한국씨티은행과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해 강의한 뒤 질의 응답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식사시간 후에는 강창희 미래에셋투자연구소장이 `펀드투자로 증권시장을 공부하자`를 주제로 강의한 뒤 질의응답시간을 갖는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합병을 기념해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고민하던 중 자녀에 대한 재무 및 자산관리 교육이 유용할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일단 이번 행사 결과를 보고 반응이 좋을 경우 계속 실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흥은행은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3세까지 아우를 수 있는 서비스를 계획중이다.
조흥은행은 내년부터 고객 자녀 가운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키즈 MBA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다. 일년에 한, 두차례 일주일정도의 캠프 형식으로 개최되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금융 기초이론부터 부자들의 소양, 네트워킹 방법, 골프 등 레저까지 다양한 방면의 교육이 실시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거액 자산가 자녀들간 네트워킹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고 은행에 대한 고객들의 충성도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초등학생들이 대상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2세, 3세까지 잠재적인 고객층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내년부터 불붙을 것으로 보이는 PB시장 전쟁에서 핵심 포인트는 `타 은행 고객 빼앗기`"라면서 "금리와 같은 일시적인 부분보다는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가족`을 공략하겠다는 설명.
그는 이어 "고객들을 문화 공연에 초청할 때 부부뿐 아니라 자녀에게도 티켓을 보내주는 것이 좋다"면서 "이 경우 비용은 배로 들지만, 충성도 확대 효과는 더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흥은행은 이와 함께 중고생 자녀들을 대상으로 고급 유학정보를 제공하는 컨설팅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4~5년간 고객 2세들간 맞선 행사를 매년 주선해 오고 있다. 올해는 지난 5월에 한차례 개최됐다.
이는 생활수준이 비슷한 집안과 사돈을 맺고자 하는 고객들의 수요에 부응할 뿐 아니라 이들이 결혼에 골인할 경우 연결고리 역할을 한 은행도 잠재적 고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된 프로그램이다.
이 은행 한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 재산을 상속받을 2세들에게 은행의 이미지를 제고할 뿐 아니라 결혼이 성사된다면 대를 이은 거래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 서비스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PB는 "서비스 대상에 직접적이거나 명시적으로 고객 자녀를 포함시키지는 않고 있지만 PB개개인이 고객과의 친분에 따라 자녀나 지인들과 함께 참여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고 귀뜸했다.
하지만 실효성과 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말그대로 곁가지로 제공하는 `부가` 서비스를 자녀들에까지 확대할 경우 비용이 배로 증가하는데다 마케팅 효과 역시 아직 검증되지 않고 있기 때문.
한 시중 은행 PB는 "괜찮은 공연 관람권의 경우 1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은데 세금까지 감안하면 고객 부부에게 드는 비용이 20만~30만원 정도"라면서 "더구나 비용 대비 효과 측면도 그다지 높지 않다는 판단"이라며 조흥은행과는 상반된 견해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