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자금시장과 금리 안정의 열쇠는 정부가 강도높게 추진하고 있는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4분기 채권시장은 경기동향, 물가, 채권수급, 구조조정 등의 변수에 따라 부침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안심할 수 없다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와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수와 수출이 모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양증권은 반도체, 통신 등 일부 업종이 선전하고 있지만 건설 등 전통 업종의 부진으로 4분기 내수경기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도 유가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로 무역흑자 목표달성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미국 등 세계경제의 침체 가능성도 수출을 위협하는 요소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가 추가로 상승하지 않고 반도체 가격도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 등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UBS워버그 증권은 한국의 10월 수출증가율이 24%를 기록할 것이라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올해 무역흑자는 100억달러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가- 국제유가가 핵심
한국은행은 10월 금통위 회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최근의 물가 불안은 유가상승에 따른 비용측면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유가가 30달러선에서 유지된다면 탄력세율 적용과 공공요금 인상 억제로 어느 정도 물가압력을 줄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굿모닝증권은 유가상승을 감안,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연평균 2.6%로 전망했다. 내년도 물가는 유가상승에 따른 누적효과 등을 감안해 3.9%선으로 대폭 상향조정했다.
전철환 한은 총재는 "총수요 관리만으로는 물가를 제어하기에 부족하다"며 "정부에 비용상승관리도 함께 해 달라고 주문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는 최근 중동지역의 위기 고조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고 북반구가 겨울철로 들어서 단기간에 하락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UBS워버그의 에너지부문 애널리스트인 쳉구는 "국제유가가 내년 봄쯤이면 현수준에서 배럴당 10~15달러 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비축유 방출로 유가급등이 일단 진정됐다는 관측이다.
◇채권수급
채권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수급인데 이 역시 만만치 않다. 우선 공적자금 추가조성을 위해 시장에서 발행될 예보채 10조원이 대기하고 있다. 4분기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도 18조원에 달한다. 12월에만 1조6000억원의 투기등급 회사채의 만기가 도래한다. 국채와 통안채 만기도 상당한 규모다.(*표 참조)
정부는 프라이머리CBO에 대한 투기등급 채권의 편입을 확대하고 투신권에 비과세신상품을 허용, 하이일드펀드와 CBO펀드의 만기도래 채권을 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10조원 규모의 채권전용펀드도 새롭게 조성할 방침이다.
그러나 부실기업 퇴출이 임박한 상황에서 부실채권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이들 채권을 처리하는 방안이 뚜렷하지 않은 것은 문제로 남는다.
◆주요채권 만기 현황 (단위=10억원,자료=증권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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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종류 10월 11월 12월 01년1월 2월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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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채권 16,009 16,029 21,980 18,144 17,694 19,910
국채계 2,046 2,297 419 1,084 1,549 1,790
특수채계 559 3,777 2,618 2,546 950 1,117
통안채계 6,413 2,924 4,940 7,126 5,961 8,450
금융채계 3,690 3,095 3,843 3,114 2,830 3,043
회사채계 3,226 3,855 10,050 4,169 6,307 5,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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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구조조정이다
LG경제연구원은 정부가 내놓은 자금시장 안정대책 등은 투신권의 채권매수 기반을 인위적으로 확충하는 것일 뿐 신용경색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은 신용경색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을 추진함으로써 기업의 신용위험을 낮추고 금융기관의 자금중개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자금중개 기능의 위축은 기업의 자금난을 불러오고 신용위험을 증가시키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다.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진행, 이 같은 악순환을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4분기 자금시장 불안한 횡보전망
동양증권은 4분기중 장기금리는 "불안한 횡보"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조조정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고유가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굿모닝증권 역시 유가상승과 투기등급 채권 만기도래등이 채권수익률 하락을 제약할 것으로 전망했다.
채권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이 신용경색의 고리를 끊고 자금순환을 정상화시키는 유일한 대안이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결국 구조조정 진행과 이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예기치 않은 변수들이 채권수익률을 변동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합병 등 금융구조조정이 어느정도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금융기관의 자금중개기능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