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아날로그 디바이스, 라이코스 등의 실적 발표로 강한 상승세를 띄었던 미국 뉴욕 증시의 나스닥 지수가 다우 지수의 하락세에 발목이 잡혀 결국은 보합세로 장을 마쳤다. 오전 10시까지 이어갔던 강한 상승세가 시간이 지나면서 하락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나스닥과 다우지수가 모두 오후 3시 이후 반등세를 보여 다소 위안이 됐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와 인터넷, 인터넷 인프라스트럭처, 네트워킹, 리눅스 등이 상승세를 탄 반면 소프트웨어는 하락했다. 컴퓨터는 보합세였다. 또 유통과 금융이 어제에 이어 다시 하락했다. 제약과 에너지 관련 업종이 상승한 반면 생명공학, 항공, 공공설비 등은 약세를 보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끌어올린 1등 공신은 화요일 장이 끝난 뒤 실적을 발표한 아날로그 디바이스였다. 고속 통신용 칩을 만드는 아날로그 디바이스가 예상을 훨씬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자 다른 반도체 주식들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 모건 스탠리 딘 위터 등의 긍정적인 리포트가 나온 뒤라 그동안 많이 올라 이익실현 세력 때문에 주가가 떨어질 수도 있었지만 아무튼 상승세를 유지했다. 다만 나스닥 지수처럼 초반의 상승세를 지키지 못한 점이 조금 부담이 됐다. 이 때문에 인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AMD, 댈러스 세미컨덕터, 내쇼널 세미컨덕터, LSI로직 등이 상승했음에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는 보합세로 마쳤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는 초반 강세를 나타냈다가 후반 약세로 돌아섰다. 반도체 장비업체도 어제 있었던 모건 스탠리 딘 위터의 업종 보고서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어플라이드 매트리얼스 등이 올랐다.
인터넷 주식들은 라이코스가 예상을 훨씬 웃도는 좋은 실적을 발표함에 따라 강세를 나타냈다. 라이코스가 상승을 견인하면서 아메리카온라인, 야후, 아마존, e베이 등이 모두 올랐다. 메릴린치의 영향력 있는 애널리스트인 헨리 블로젯의 리포트와 주피터 커뮤니케이션스의 인터넷 광고 성장 보고서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월스트리트의 전문가들 사이에 인터넷 주식들에 대한 최악의 상황은 끝났다는 식의 견해를 피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CMGI, 커머스 원, 아리바 등 B2B 업종은 모두 약세였다.
컴퓨터 업종은 휴렛 패커드가 강한 상승세를 탔다. 장이 끝난 뒤 있은 실적 발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IBM, 델 컴퓨터, 애플 컴퓨터, 컴팩 등도 강세였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스가 떨어졌다. 그러나 그외의 종목들이 떨어져서 결국은 업종별로는 약보합세였다.
네트워킹은 시스코 시스템스가 떨어진 반면에 노텔 네트워크, 루슨트 테크놀로지, JDS 유니페이스 등이 상승, 강세를 나타냈다.
소프트웨어 업종에서는 BEA 시스템스가 상승세를 탔다.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업체인 BEA 시스템스는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자 20% 가까이 폭등했다. BEA 시스템스는 메릴린치 인터넷 인프라스트럭처 지수에도 포함돼 있는 탓에 인프라 지수가 BEA 덕분에 2.9%나 상승했다. 또 카나 커뮤니케이션스는 IBM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는 뉴스로 17%나 폭등했다. 리눅스 업체들은 또 다시 상승세를 탔다. 코렐의 경우, 창업자가 떠난다는 뉴스로 어제 약세를 보였으나 이날은 CTO가 잠정적으로 그 자리를 대신한다고 회사측이 발표, 강세를 나타냈다. 레드 햇과 VA리눅스 등이 모두 상승했다.
이날 가장 약세를 보인 업종은 유통업종이었다. 경기둔화세가 보다 확실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홈 디포, 월마트 등이 모두 떨어졌다. DLJ나 살로먼 스미스 바니 등이 무더기로 추천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어제는 뱅크오브 아메리카 증권이 추천 등급을 내렸었다.
경기둔화로 은행과 증권주들도 약세를 보였다. 부도율이 높아지면서 자산의 질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시 나왔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너무 많이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전통 가치주에서 기술주로의 순환매가 일어났기 때문이기도 했다. JP모건, 씨티그룹, 체이스 맨해튼, 모건 스탠리 딘 위터, 골드만 삭스, 찰스 스왑, E*트레이드 등이 모두 떨어졌다. GE캐피털을 자회사로 거느린 제너럴 일렉트릭도 약세를 보였다. 제너럴 일렉트릭은 나쁠 때만 GE 캐피털이 자회사라는 사실이 부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생명공학 업종에서는 이뮤넥스가 신약 실험에서 효과적인 약품 성분을 찾지 못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뮤넥스는 지난주에 대주주인 아메리칸 홈 프로덕츠가 주식의 상당부분을 매각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주가가 25%나 빠졌었다. 바이오젠과 밀레니엄 제약은 올랐지만 암겐과 셀레라 게노믹스, 사이론, 휴먼 게놈 사이언스 등이 떨어져 지수가 빠졌다. 반면에 존슨&존슨, 머크 등 제약주는 강세를 보였다.
특이 업종은 배터리 업종이었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애널리스트가 미국 3위 배터리 메이커인 레요바크의 추천등급을 하향 조정함으로써 주가가 폭락했다. 이틀 사이에 26%나 빠졌다. 어제는 도이체 방크 알렉스 브라운이 추천등급을 내렸었다. 이 때문에 미국 2위 배터리 메이커인 에너자이저가 하락했다. 그러나 듀라셀 배터리를 만드는 질레트의 주가는 변동이 없었다.
바이오필트레이션스, 시스코 시스템스, 델 컴퓨터,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루슨트 테크놀로지, O2와이어리스 솔루션, 홈 디포, 이뮤넥스, 어플라이드 매트리얼스 등의 순으로 거래가 많이 됐다. 바이오필트레이션스는 47%나 폭락했으며, 이뮤넥스도 14% 이상 주가가 하락했다.
다우지수 종목중에서는 알코아, AT&T, 이스트먼 코닥, 엑손 모빌, 제너럴 모터스, 휴렛 패커드, 인텔, IBM, 머크, 존슨&존슨, 필립 모리스,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등이 올랐다. 휴렛 패커드가 9% 가까이 상승했으며,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홈 디포 등 유통 및 금융주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업종별 등락률
인터넷-아멕스(-0.3%), 골드만삭스(0.3%)
반도체-필라델피아(1.2%)
하드웨어-골드만삭스(-0.002%), 나스닥(0.3%)
네트워킹-아멕스(0.8%)
통신-S&P(-1.3%), 나스닥(-0.2%)
인터넷 인프라스트럭처-메릴린치(2.8%)
B2B-메릴린치(-2.8%)
생명공학-나스닥(-1.5%), 아멕스(-1.3%), 메릴린치(-2.3%)
건강관리-S&P(0.8%), 아멕스(1.1%)
금융-S&P(-1.6%)
은행-S&P(-1.9%)
증권-아멕스(-2.3%)
에너지-S&P(1.7%)
자본재-S&P(-0.6%)
기본 소비재-S&P(-0.7%)
운송-S&P(-0.6%)
원재료-S&P(0.4%)
공공설비-S&P(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