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기간이 설정된 것은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선거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지도가 높게 나온 후보에게 ‘될 사람 밀어주자’며 표가 몰리는 밴드왜건(bandwagon) 효과도, 반대로 지지도가 낮게 나온 후보에게 ‘역전 표를 모아주자’며 표가 몰리는 언더도그(underdog) 효과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론조사가 아무리 충실하고 공정해도 그렇다는 이야기다. 애초부터 부실하거나 편향된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부작용을 고려해 지난해 국회에 깜깜이 기간 폐지를 권고했고,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법안은 한 번도 제대로 심의되지 않은 채 계류돼 왔다. 깜깜이 기간을 놔두는 것이 정치 신인보다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독일·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대부분 깜깜이 기간을 아예 두지 않고 있다. 이제는 우리도 판세 정보를 투표 행위의 합리적 근거로 활용할 줄 아는 성숙한 주권자 시민으로 유권자들을 바라볼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