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외국인이 코스피 주식을 8거래일 연속 순매수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005930)를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삼성SDI나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이차전지 관련주를 매집하는 등 미국의 대중국 규제 조치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임에 대한 ‘차이나 런’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이후(10월23일~11월9일)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1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1조808억500만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2위는
삼성SDI(006400)로 7789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373220) 주식을 5037억원 어치 매집했는데 차순위인
포스코케미칼(003670)은 1363억원 순매수하며 매집 규모의 차별화를 보였다. 삼성전자와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 미국의 중국 규제 조치를 집중적으로 받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분야 업종 대형주에 매수가 집중된 셈이다.
이 같은 업종 집중 현상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기간
엘앤에프(066970) 주식을 780억원 어치 사들였고,
에코프로비엠(247540)도 396억원 어치 사들였다.
외국인의 매수행렬이 이어지면서 주가 역시 시장별 지수 수익률을 웃돌았다. 시진핑 3연임 확정 이후 코스피는 9.03%, 코스닥은 5.94% 올랐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같은 기간 10.9% 올랐고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0%를 웃도는 주가 수익률을 기록했다. 삼성SDI 역시 17.7%, 엘앤에프는 10.6% 상승했다. 다만 에코프로비엠은 2.53% 상승에 그쳤다.
| 삼성전자 12개월 선행 PER.(자료=한국거래소) |
|
삼성전자를 향한 외국인의 러브콜은 국내 증시에 있어서도 호재다. 사실상 시가총액 비중 20%를 차지하는 코스피 시장 대장주인 만큼 삼성전자가 지수를 끌고 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코스피를 좌우하지 않느나”며 “이들은 오히려 기업이익이 바닥이고 선행 주가이익비율(PER)이 높을 때 반등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의 선행 PER은 14.95로 연중 고점을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종목의 경우 주가가 업황을 6개월 앞선다는 특징을 봤을 때 내년 2분기 실적 개선 전망도 긍정적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체들이 캐시카우로 판단 중인 D램은 업계 전반적으로 내년 투자 축소와 감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이를 통한 공급 축소로 내년 2분기부터 시장이 개선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반도체 주가가 경기 선행지표와 동행하는 만큼 최근 제기되는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감도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선행지표가 돌아서야 추세 상승이 오는데 역사적으로 반도체 주가는 경기선행지표와 동행해왔다”며 “지금 미국 금리 인상 종료 스케줄이 내년 2~3월로 예상되는데, 이렇게 되면 내년 경기선행지표들이 내년 1분기 말이나 2분기 정도에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최근 외국인의 차이나런 매수 행렬 역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