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재산 헐값 매각을 막기 위해 수의계약을 광범위하게 허용하고 있는 현행 국유재산 매각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향후 5년 동안 16조원 이상의 국유재산을 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를 위해 이르면 이번 주중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공공기관별 국유재산 매각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매각 대상에는 서울 용산과 강남을 비롯,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의 알짜배기 부동산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정부는 놀고 있는 땅이나 활용도가 낮은 건물 등을 민간에 팔아 생산 활동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민간주도 경제 철학을 구현하고 부족한 재정 수입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유재산 매각시 수의계약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아 주목된다. KDI는 지난달 말 ‘국유재산 매각 효율성과 정책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2007∼2018년 사이 이뤄진 국유지 매각 19만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시세보다 18~23% 싸게 팔렸다는 내용이다. 헐값 매각의 원인은 국유지 대부분이 수의계약으로 매각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쟁계약을 한 경우는 시세와 별 차이가 없었으나 수의계약의 경우에는 시세보다 낮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국유지는 거의 대부분이 수의계약으로 팔리고 있다. 지난 4년(2018~2021년)간 매각된 국유지의 97%가 수의계약으로 팔렸고 3%만 경쟁계약이 이뤄졌다. 현행 국유재산법은 경쟁계약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수의계약을 허용한다. 그러나 현실은 수의계약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경쟁계약이 이뤄지고 있어 법 취지가 무색하다. 이 같은 본말전도는 정부가 국유재산법 시행령을 통해 예외 적용을 무분별하게 늘린 데다 별도 예외 조항을 둔 개별 법률도 31개나 되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국유지 매각수입이 연평균 1조 1000억원(일반회계 기준) 정도임을 감안하면 매년 수의계약으로 2000억원 이상의 국고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국유지 매각을 확대하면 수의계약에 따른 국고 손실액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유재산 대량 매각에 앞서 수의계약 요건부터 강화해야 한다. 국유재산 매각 제도의 전면적 재정비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