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한 마음"…빛 바랜 尹대통령의 첫 대국민사과

尹, 10일 폭우 대책회의서 대국민사과 메시지 밝혀
여름휴가 이후 '낮은자세' 장고한 尹의 태도 변화 상징
대통령실, 브리핑서 "사과 아니다" 발언에 혼란 가중
  • 등록 2022-08-14 오전 9:00:00

    수정 2022-08-14 오전 9:00:00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정부를 대표해 죄송한 마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수도권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에 고개를 숙였다. 8일부터 시작된 폭우로 중부지방을 포함해 인명피해를 포함해 많은 피해가 발생한 지 사흘만이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대국민사과 메시지이기도 했다. 여름휴가 이후 ‘낮은 자세’를 강조한 윤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 1층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하천홍수 및 도심침수 대책회의’에서 첫 사과를 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일정을 변경하며 호우 대책 마련에 집중했다. 수해 피해 현장도 직접 방문하며 수습에 박차를 가했다.

윤 대통령의 동분서주는 지난 8일 저녁 자택에서 전화통화로 수해 대책을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난 수위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폰트럴타워’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를 의식한 듯 9일부터 윤 대통령은 중대본을 찾아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수해 피해현장을 찾으며 여론 달래기에 뛰어들었다. 이도 역부족이었는지 10일 사과를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현재 위기다.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뒤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12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5%다. 전주와 비교해 1%포인트 반등했지만, 오차범위를 고려하면 사실상 보합세다. 중요한 것은 부정평가가 66%로 지난주와 동일한 수치를 보이며 하락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행보에도 여론이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런 위기 속에서 나온 윤 대통령의 첫 사과 메시지인 탓에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숱한 의혹과 지지율 급락 속에서 대국민사과 메시지의 요구가 빗발쳤지만 이에 응하지 않은 윤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상징성이 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사과 메시지가 빛을 바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사과 이후 진행된 브리핑에서 대통령실 관계자가 “대통령의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며칠 전에 얘기했지만 ‘국민들과 눈을 맞춰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소통하고 눈을 맞추려 한다’는 그런 이야기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재인이 재차 이와 관련해 물어보자 결국 “사과죠. 첫 번째 사과라는 것에 너무 의미를 크게 두셔서 말씀드린 것이다. 거기에 더 이상 해석을 붙이긴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비판 목소리가 커졌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통령은 국민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는데 이를 두고 사과가 아니라는 대통령실의 오락가락 행보도 어처구니없다”고 꼬집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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