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주식과 채권은 반대로 움직이는 특성(역의 상관관계)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주가가 떨어지면 채권 수익은 올라가는 ‘상쇄 효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포트폴리오에 채권 자산을 일부 편입하면 대세 상승기에도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증시 변동성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각자의 투자 성향에 따라 주식과 채권의 투자 비율을 주기적으로 조절(리밸런싱)하면 장기적으로 수익률의 복리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올 들어 주식과 채권 간의 상호 보완 관계가 어긋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성장을 대표하는 나스닥 지수는 전고점 대비 30% 가량 하락했고 안전자산을 대표하는 채권도 시장의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야말로 비상이다. 주식과 채권을 일정 비율로 투자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투자자들은 당황할 수 밖에 없다.
주식과 채권 간 상호보완이 어긋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최근 금융시장의 동인이 성장에서 물가(인플레이션)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간 전반적으로 물가가 안정된 상황에서 글로벌 성장세가 이어졌고 이는 주가 및 금리 상승의 메커니즘을 형성해 자연스러운 자산배분 효과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자산배분이나 중장기 투자 측면에서 지금은 채권 투자의 적기일까?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역대급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강경한 긴축 정책을 유지하겠지만 하반기 이후 경제의 펀더멘털을 고려하면서 긴축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주식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적극적 성향의 투자자라면 단순히 시장 흐름을 추종하기보다는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
주식과 채권이라는 이분법적인 자산배분에서 한 발 나아가 시장 민감도가 낮은 주식 및 주식형 상품을 일부 편입하면 전체적인 투자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프라나 필수소비재 업종의 기업들이나 해당 기업들로 구성된 투자상품이 그 대상이다. 높은 인플레이션에서는 원자재, 인건비 등 비용이 늘어나 기업의 이익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지만 독과점적인 지위를 바탕으로 가격전가력을 가진 기업들은 시장 하락 속에서도 견조한 수익률을 나타낸다. 또한 글로벌 배당주나 관련 투자상품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글로벌 성장주 주도의 증시 흐름에 그 동안 가려졌던 배당주의 상대적인 장점이 부각되고 있고 배당 자체만으로도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