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물가 상승폭이 확대되면 고용 부진과 경기 침체의 악순환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민생물가 안정을 경제정책 최우선에 둔 정부가 가용 가능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해도 천정부지로 뛰는 물가를 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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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물가 상승폭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동월대비 상승폭은 올해 1~2월 3%대에서 3~4월 4%대를 기록하더니 5월 5.4%, 6월 6.0%로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달 물가는 전월대비 0.7% 올랐는데, 이런 추세가 12개월 연속 이어진다면 연율로 환산한 물가 상승폭은 8%대에 달하게 된다.
올해 상반기 누적 물가상승률은 4.6%다.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새경방)에서 예측한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이 4.7%인데, 상반기에 이미 목표치 턱밑까지 왔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이날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5.0%로 제시했다.
특히 그동안 공급망 차질 등 공급 측면의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면 앞으로는 수요 측면 상승 압력도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최근 물가 상승세 확대는 원유·곡물 등 해외 공급측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으며 대면서비스 중심으로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도 상당폭 높아진 데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 오름세가 조금 둔화될 거란 시각도 있긴 한데 지켜봐야 하고 아직은 상방 요인이 더 많다”며 “지금처럼 높은 상승 속도를 유지하면 (하반기 7~8%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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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상황은 엄중하다. 앞서 정부는 새경방을 통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3.1%에서 2.6%로 하향 조정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들도 2%대 성장을 예상했다. 금융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넘나들고 주가지수는 연저점을 경신 중이다. 지난달 수출 증가율은 16개월만에 한 지릿 수대에 그쳤고 무역수지는 석 달째 적자를 나타내는 등 실물 경기도 위협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불유불급한 자산을 매각하고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과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로 허리띠를 졸라맬 것”라며 “그렇게 해서 마련된 재원을 더 어렵고 더 힘든 분들에게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오는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는 사상 처음 빅스텝 단행이 유력하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4%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높아지고 물가 상승 압력이 다양한 품목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며 “임금-물가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되지 않도록 인플레 기대심리의 확산을 각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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