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렇듯 우리에게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즉 IPEF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IPEF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동 번영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역내 포괄적 경제협력체라고 할 수 있지만, 중국은 IPEF가 자신들을 고립시키는 전략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IPEF에 참여할 의사를 보이자, 중국이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도 중국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들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입장에서, 미국도 중요한 동맹국이지만, 중국 역시 경제적으로 중요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야 할 지점이 있다. 바로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가입 결정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스웨덴은 그동안 중립국을 표방해왔다. 핀란드 역시 군사 중립국이었다. 특히 핀란드의 경우,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입장을 취해왔었다. 그런데 이런 국가들이 나토가입을 결정했다는 것은, 현재의 국제적 상황이 변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 나토가입을 결정했다고 분석하지만, 그보다는 큰 틀에서 이들 국가들의 나토가입 결정을 바라보는 것이 타당하다.
갈등일 일어날 또 하나의 불씨가 될 수 있었던 부분은,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동 가능성이었다. 외국의 국가 원수가 특정 국가를 방문했을 때, 해당 국가의 전직 대통령을 만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물론 권력 교체기에 있는 국가를 방문했을 때, 현직 대통령을 만나고, 당선인을 만나는 경우는 있었다. 아베 일본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을 만났던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그런데 권력 교체가 끝난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을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국 측은 빡빡한 일정을 들어 회동을 무산시켰지만, 미국 측이 회동 무산을 알리지 않았다면, 또다시 온갖 음모론이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 뻔했다. 이런 갈등의 발생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은 여러모로 주목할 만하다. 국제 정세의 변화를 감안하면, 한번은 겪고 넘어가야 할 갈등이기 때문에,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현명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