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의 실정과 불통, ‘내로남불’식 오만에 질린 국민에게 윤 정부의 출범은 가뭄 끝 단비와 같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달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나라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등을 6대 국정목표로 제시했지만 어느 것 하나도 달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대내외 여건을 따져볼 때 정치는 물론 경제·외교·통일·안보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악재가 켜켜이 쌓여 있고, 위기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어서다.
경제의 경우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트리플 악재에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인한 무역환경 악화 등 최악의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대중 정부 이후 가장 여건이 나쁘다며 외환위기 못지않은 초대형 복합위기(퍼펙트 스톰)를 경고할 정도다. 내부적으로는 정부와 가계, 기업이 짊어진 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GDP(국내총생산)의 2.7배에 달하는 5477조원까지 치솟아 경제 건전성은 물론 대외신인도까지 크게 위협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무분별한 나랏돈 퍼주기에 근본 원인이 있긴 하지만 고물가와 고금리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 국민의 불만과 원성은 윤 정부로 향할 것이 분명하다.
박주선 대통령취임식 준비위원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시장·공정·인권·연대 등의 기반 위에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것을 강조할 예정이다. “책임있는 국가로서의 역할을 다하자”는 내용도 담는다고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의 준수라는 점에서 볼 때 반가운 언급이다. 1인당 GDP 3만 5000달러대의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으로 도약했지만 한국이 경제 규모에 걸맞는 국제 사회의 의무를 다하고 기대에 부응했는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이제 외교뿐 아니라 경제·정치·교육·사회 등 각 분야에서 세계인 누구나 납득할 합리적 기준을 세우고 지키는 데에도 각별한 관심을 쏟아야 한다. 외부에 비치는 국격은 경제력만이 아닌 국민 의식과 국가 전반의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에 종합적으로 달려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