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6명에게 국내 증시 하락 원인과 전망에 대해 물었다. 가장 큰 원인은 대내외적인 정치·경제적 요인이 시장에 크게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증시가 하락 마침표를 찍고 다시 상승세로 전환하는 시기에 대해서는 저마다 시점을 다르게 봤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2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2.28포인트(-1.49%) 내린 2792.01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2823선에서 하락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서서히 낙폭을 확대하면서 2780선까지 미끄러졌다. 종가 기준 연중 최저점으로 2700선을 기록한 것은 2020년 12월(23일 2759.82) 이후 13개월 만이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7.45포인트(2.91%) 내린 915.40에 거래를 마쳤다. 900선도 위태로운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코스피보다 코스닥 하락률이 큰 것은 성장주가 더 많기 때문”이라며 “미국 증시가 안정화되기 전까지 한국도 동조화 패턴을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글로벌 이슈 부각으로 전 세계 글로벌 증시는 요동쳤다. 미국 다우존스는 전 거래일이 1.30% 하락했고 나스닥도 2.72%나 떨어졌다. 홍콩 H지수(-1.53%), 인도 SENSEX지수(-0.72%)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긴축에 따른 경계감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지난주 증시 하락의 연장선 상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여기에 기업공개(IPO) 공모주 시장 초대어로 꼽혀온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 코앞으로 다가온 점도 수급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 주식 수가 약 5~8%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LG엔솔을 담기 위한 액티브·패시브 펀드 수급 쏠림 현상이 여타 대형주 주가 변동성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추가 하락 우려 속…터닝포인트는
이같은 시장의 부정적인 영향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급락 가능성은 낮게 봤다. 중국이 설 명절인 춘절을 앞두고 시중에 28조원(1500억위안)에 이르는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 닛케이지수와 중국 상해지수, 대만 가권지수는 반등에 성공했다. 코스피도 하락폭을 줄이며 장을 마쳤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봄이 지나면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 센터장은 “오미크론 변이가 꺾이고 임금 안정화,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완화에 긴축 강도가 낮아지고 상반기 부진했던 증시가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될 것”이라며 “중국도 3월 양회를 맞아 경기 부양책 강도를 적극적으로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시 변동성이 지속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해 물건을 만들면 저렴한데도 이걸 안 하니 비용이 오르는 상황이다. 러시아를 비롯한 지정학적 실마리도 풀릴 기미가 잘 안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대차대조표축소(QT) 가이드라인 제시와 인플레이션 해소, 올 1분기 기업 실적 컨센서스 조정 등이 충족될 때까지 주식시장은 당분간 불안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넷플릭스가 최근 많이 떨어졌지만, 최근 2년 사이 2배 올랐다. 나스닥도 비슷하다. 그 이후 긴축에 따른 조정이라고 하면 한국도 전염될 수 있다”고 추가 하락 가능성을 언급했다. 중앙은행이 만들어낸 저금리 환경에서 지수가 빠른 속도로 오른 만큼, 조기 긴축에 들어가면 그만큼 하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증시전문가들은 보수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황 센터장은 “개인 투자자들은 보수적으로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맞다”며 “투자비중 자체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실적 중심으로 투자를 가져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지산 센터장은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Fwd PBR) 1배가 깨진 것이기 때문에 과매도로 볼 수 있다”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으면서 실적 양호한 업종을 중심으로 차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