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정감사에서도 `구태`가 만연했다. 기업인들 줄 세우기와 호통, 망신주기가 빗발쳤다. 과도한 자료 제출 요구도 되풀이됐다. 올해 국감에서도 대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를 무더기로 소환하는 관행은 여전했다. 특히 올해는 IT 기업인들에 대한 소환 통보가 집중됐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한성숙 네이버 대표, 박대준 쿠팡 대표, 김경훈 구글코리아 대표,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 윤구 애플코리아 대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등이 타깃이었다.
|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사진=국회사진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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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은 `호통`과 `망신주기`로 이어졌다. 김 의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5일 정무위원회와 7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21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에 출석했다. 여야 의원들은 카카오 플랫폼 독과점 이슈, 골목상권 침해, 과도한 수수료율 등을 집중 질타했다. 이 외의 질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탐욕과 구태의 상징이다” “갑질이다” “좌시하지 않겠다” 등 김 의장을 향한 호통도 빠지지 않았다. 김 의장은 연신 고개를 숙이기 바빴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의원들의 갖은 질타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대해 보좌진 A씨는 `의원 중심의 인사 구조`에서 원인을 찾았다. 국감은 국정을 점검하고 논의하는 중요 국가 행사지만 의원들이 인지도를 쌓기 위한 발판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언제든 보좌진을 해고하고 채용할 수 있는 `목줄`을 쥐다시피한 상황은 의원의 의중만 살피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정책 점검 등 본연의 업무 보다 `국감 스타`를 꿈꾸는 의원들의 바람을 구현하는 게 우선된다는 것이다. 올해 IT 기업인들이 집중 타깃이 된 배경 역시 온라인 플랫폼의 갑질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관심이 쏠린 탓이다.
A씨는 “국감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좌진의 고용 안정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고용 불안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현재와 같은 구태는 매년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부처나 기관들을 상대로 한 과도한 자료 제출 요구도 여전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직자의 자료를 저렇게 무작위로, 또 저희도 알 수 없는 자료를 요청하는 것은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국가 위임 사무나 보조금 사무(자료)는 5년치를 (제출)하려면 한 트럭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역자치단체 산하기관 임원을 지낸 보좌진 B씨는 “공통 자료 요구의 경우 상임위 차원에서 서식의 일원화, 의원실 간 공유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관련 법 정비로 국감 기간을 법률화 해 준비 부족, 자료 부실 등의 문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