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하고 지켜봤지만 결과는 “역시”였다. 어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는 초미의 국민적 관심사인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 비리 의혹의 진상이 얼마나 밝혀질지 주목받았지만 오고 간 질의, 응답은 실망스러웠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질의는 무디기 짝이 없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감싸고 야당을 비난하면서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 자신이 성남시장 재직시절 추진한 대장동 사업에 대해 이 지사는 “공공 이익 최대 환수”라는 강변을 반복하는 등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야당의원들의 맥빠진 질의가 이 지사의 억지와 현란한 말 솜씨에 묻히며 의혹을 더 부풀린 맹탕 국감이었다.
대장동 수사의 핵심이 극소수 민간사업자에게 7000억원 대의 노다지를 안긴 특혜 구조의 최종 결정권자 및 사업을 주도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윗선을 밝혀내는 데 있듯 국감의 초점도 이 부분에 맞춰져야 했다. 화천대유의 실소유주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이 지칭한 ‘그분’의 실체도 밝혀내야 했다. 하지만 이 지사는 “돈을 받은 사람이 범인”이라며 “국민의힘이 지엽말단을 가지고 문제가 있는 것처럼 왜곡한다”고 본질을 흐렸다. 자신의 치적이라고 되받아친 그의 방패 앞에서 야당의원들은 핵심을 뚫지 못했다.
이런 상황은 20일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도 그대로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맹탕 질의를 반복하고 이 지사가 궤변성 답변으로 맞선다면 결론은 달라질 것이 없다. “돈은 오히려 박근혜 정부 시절 권력자들이 다 먹었다”거나 “이 지사의 청렴성, 추진력을 존경한다”는 여당의원들의 해괴한 발언이 또다시 더해진다면 국회는 “국감은 뭣하러 하느냐”는 비난과 원망에 직면할 것이 분명하다.
대장동 사건에 관한 한 국감은 한계를 드러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하나 마나 한 이런 식의 국감은 자칫 연루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검찰수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이 대장동 사건의 국민적 불신과 오해를 걷어내는 답은 중립적이고도 공정한 특검 수사뿐이다. 이 지사는 어제 특검이 “시간 끌기”라고 주장했지만 모자라는 것은 의지이지 시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