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불신이 그저 정치에만 영향을 미치면 모르겠다. 하지만 정치불신은 정치인이 만드는 법과 제도, 정부운영 기조에 대한 사회 불신으로 이어지고, 그에 따른 사회적 신뢰의 약화는 사회적 비용증가로 이어져 기업의 경영활동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5년 단임 정부가 다수 국민의 반대와 전문가의 우려를 거슬러 무리하게 밀어붙인 각종 규칙이 정권이 바뀐 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지는 경우를 무수히 보아오지 않았는가? 기업들은 장기적 안목에서 과감한 투자를 택하기보다 부동산에 투자하고 막대한 잉여자금을 금고에 쌓아두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고 이런 시간이 길어지면 결국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은 서서히 잠식되고 말 것이다. 결국 정치가 신뢰를 얻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경제 발전도 모래 위에 지은 집이 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달리는 미국은 기업의 반칙행위엔 엄격하지만 경제권력의 자유와 창의를 최대한 보장한다. 스웨덴은 기업과 노조 간의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 내 유럽에서 가장 파업을 많이 하는 나라에서 복지국가의 모범으로 탈바꿈했다. 어떤 모델이든 그 근저엔 정치권력에 대한 사회의 신뢰가 자리잡고 있다.
새로운 다양성을 이제 준비해야 한다
우리 정치도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갈라진 틈을 메우고 한국이 G3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 정체되어 있는 한국 정치에 대한 국민적 질타가 쏟아질 때마다 혁신, 쇄신, 개혁을 표방하며 다양한 개선책을 내놨지만 극적인 변화는 잘 없었다. 새로 진입하는 사람들이 기존 정치권의 시각과 경험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이전까지의 음습한 정경유착과는 전혀 결이 다르다. 과거의 정경유착이 링 아래에서 절차와 규칙을 외면한 채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공생을 의미했다면 기업의 적극적인 정치관여는 링 위에서 규칙을 준수하면서 하나의 정치적 행위자로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과거 오너들이 정치와 불가근불가원식 관계를 지향했다면 미래의 오너들은 더욱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시도해야 한다. 세계최고의 기업을 만들어 낸 사람들이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 준다면 우리 정치의 스펙트럼도 넓어지고 실력도 더 성장하지 않겠는가? 신뢰받는 정치가 실력 있는 기업을 키워내는 날을 기대해본다.
ESG를 넘어 ESGP(Political)를 향하여
이제 우리의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 군사력은 세계 6위로 부상했다. 그러나 국격과 세계적 외교무대에서의 대접은 그만 못하고 발언권 조차 약하며 상존하는 지정학적 위기 속에 스스로의 운신의 폭을 가질만한 자강력도 보이지 않는다. 나라간 수많은 국제 이해를 담당하는 기구에서도 한국인의 진출은 미미하다. 세계의 흐름에 둔감해진 결과다. 세계 속의 대한민국의 위치를 어떻게 정립하자고 주장하는 지도자도 잘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최근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 경영이 기업 경영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업의 자각과 책임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이러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더불어 참으로 중요한 책임과 역할이 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망하지 않는 기업으로 영속되어야 하고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무엇보다 청년 세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과 유지에 진력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제는 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서 ‘기업의 정치적 책임’에서도 새로운 이정표와 전범을 세워나갈 때다.
한국은 세계사의 불가능에 늘 도전하는 정신으로 자유화, 산업화, 민주화, 문화적 세계화를 이룩한 불굴의 민족이기에 더 큰 성취를 이뤄낼 수 있다. 시대정신으로 보면 지금 기업의 책무와 소명은 우리를 세계 속으로 이끌어갈 기관차로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다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