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의 문화재 읽기]日 아동·여성 강제동원, 왜 이제야 드러났나

국립중앙도서관, 일제강점기 기록 전시
강제 노역 관련 충격적 내용 첫 공개돼
연구 필요하지만…"관련 자료 접근 힘들어"
디지털·데이터베이스화 위한 지원 절실
  • 등록 2020-08-15 오전 6:00:00

    수정 2020-08-15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광산의 갱내 취로는 원칙적으로 14세 이상의 남자에 한해 허가했고 여자의 갱내 취로는 금지됐지만 작금의 정세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광산에 대해서는 조선총독부의 허가를 얻어 만 16세 이상의 여자는 갱내에서 일을 할 수 있다.”

1941년 4월 19일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에 적힌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아동·여성은 전쟁 중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1930년대 후반부터 광복 직전까지 일본이 아시아태평양전쟁을 펼치던 시기에 이들은 오히려 전쟁 동원의 대상이 됐다.

지난 13일 국립중앙도서관·국가기록원·동북아역사재단이 공동으로 개최한 ‘전쟁에 동원된 아동과 여성’ 전시와 포럼을 통해 이런 사실이 알려져 큰 주목을 받았다. 이날 세 기관은 전시를 통해 일제강점기 기록 가운데 아동·여성 강제동원 관련 각종 기록물 20여 건을 공개했다.

학교를 가는 대신 일본 군인을 위해 논밭을 갈고 모내기를 뽑던 초등학생부터 전쟁터에서 ‘백의의 천사’가 된 여성 간호사들까지 당시의 실상이 낱낱이 기록돼 있었다. 특히 ‘노무 동원 명부’ 등을 보면 당시 11~16세에 불과한 이들이 일본 군수공장 및 탄광에 동원됐다 사망한 충격적 기록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일본 군수공장에서는 수많은 이들이 동원된 지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원인을 알지도 못한 채 사망했다. 탄광에서는 각종 사고와 폭력으로 사망했다. 대부분은 유해조차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1944년4월 16일자 매일신보. 광산, 공장에 ‘산업전사’라는 언린 생도를 파견한 내용이 담겨 있다.(사진=국립중앙도서관)
실제 피해는 공개된 것보다 훨씬 크고 일상적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만행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못한 실정이다. 사료에 대한 접근이 쉽지도 않을 뿐 아니라 연구가 일부 문제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 평화연구회 연구위원은 “미성년 노무자 문제나 여성동원 관련 연구 자료는 턱없이 부족해 이들의 피해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제강점기는 비교적 가까운 역사여서 이전 시대보다 관련 기록물은 많이 남아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총독부 도서관에서 이관된 도서·신문·잡지 등 간행물 자료 30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국가기록원도 총독부에서 나왔던 정부기록 등의 기록물을 관리하고 있다.

일제의 간호부 동원 명부(사진=국가기록원)
문제는 해당 자료들이 대부분 보존을 위해 일반에게는 비공개돼 있어 연구자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디지털화한 자료를 국립중앙도서관 및 국가기록원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지만 현재까지 디지털화를 마친 자료는 30% 정도에 불과하다.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일제강점기의 자료는 종이의 질이 좋지 않아 훼손이 금방돼 디지털화하는데 많은 인력과 비용이 든다”고 토로했다. 디지털화와 데이터베이스화를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

김동영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8월은 우리에게 있어 굉장히 마음 아프면서 나라를 위해 노력하게 되는 시기”라며 “특히 최근 시중에 역사인식을 왜곡하는 여러 책과 유튜브가 난무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역사 연구는 일본과의 관계도 있는 만큼 자료를 종합적으로 보고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문방공독본’ 표지 모습(사진=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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