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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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민·경계영 기자] 서울 주택시장이 꿈틀거리는 가운데 시중에 넘쳐나는 부동자금이 집값 상승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개월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시중의 단기 부동자금은 4월 말 기준 1129조7242억원으로 1년 전보다 28조원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7월 1120조6322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줄어들던 부동자금은 올 들어 늘어나며 4월 들어 전고점을 경신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은 “부동자금 증가는 주식시장 등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쌓여 있는 뭉칫돈이 늘어났다는 의미”라며 “만약 이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다시 쏠릴 경우 언제든지 집값 상승은 재현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금과 대출 규제 강화의 최종판이었던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잠잠하던 서울 집값이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인 곳은 강남이다. 부동산 관련 통계를 집계하는 정부산하 기관인 한국감정원은 지난주 8개월 만에 강남구 아파트값이 상승 전환(전주 대비 0.02%)했다고 발표했고, 민간기관인 부동산114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0.19% 오르면서 반년만에 서울 전체 아파트값을 0.01% 상승으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그동안 집값 등락에 시차를 두고 발표했던 두 기관이 나란히 가격 상승을 밝힌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두 기관 모두 “대치 은마, 잠실주공5단지, 둔촌 주공 등 주요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이 지속하면서 주변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하반기엔 집값을 자극할 요인이 많은 것도 불안 요소다. 우선 한국은행이 올 하반기 기준금리(현행 1.75%)를 인하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부동자금의 주택 시장 추가 유입이 우려된다. 금리가 낮아지면 레버리지 효과가 더 높아지는 만큼 안전자산이라 일컫는 부동산시장에 더 많은 자금이 몰릴 수 있다. 또 하반기 수도권에서 9조원의 토지보상금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총 40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금액이 풀릴 것으로 예된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역대급 보상금이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간다면 언제든 집값이 급등할 수 있어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매매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타난 ‘집값 상승’은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심리에 따른 ‘반짝’ 효과로 상승장이 오래 못 간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의 5월 기준 누적 매매거래량은 2266건으로 전년 동기 1만302건보다 78%나 급감, 사실상의 거래 절벽상태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2월 281건으로 바닥을 친 이후 3월 306건→4월 480건→5월 867건 등으로 석 달째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분위기가 추세적 상승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앞으로의 거래량에 달려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