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선의 육아일기] 부모 사랑 못받은 아이, 훗날 대인 회피형된다

불안정 애착 대물림 하지 않으려면 부모먼저 자신을 돌봐야
  • 등록 2019-06-08 오전 5:07:03

    수정 2019-06-08 오전 5:07:03

[김미선 다인이비인후과병원 심리상담실장] 주변에는 늘 혼자 지내려는 아이들이 있다. 이름하여 불안정애착 유형중 회피형에 해당한다. 대해 알아보자.

성민이는 어려서부터 노상 혼자였다. 친구들은 서로 모여 노는데 성민이는 친구들과 저만큼쯤 떨어져 혼자 놀았다. 친구들이 같이 놀자고 손짓하면 고개를 한번 들어
그들을 무심히 바라보다 다시 혼자만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성민이는 학교에 들어가서도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편치 않았다. 한참 친구들과 어울려 뛰놀 나이인데 집안에만 처박혀 게임만 하는 아이가 내심 걱정이 된 어머니는 성민이를 데리고 상담실을 찾았다.

성민이와 어머니 각각 애착검사를 실시했다. 놀이형식으로 진행한 애착유형 검사에서 성민이는 불안정-회피형으로 나왔다. 어머니도 성인애착검사에서 회피형으로 진단이 되었다. 성민이 부모는 둘 다 일을 하신다. 늘 바쁘셔서 성민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적었다. 어려서부터 성민이 양육은 가사 도우미의 도움을 받았다. 물질적인 필요는 무엇이든 넘치게 채워주었지만 성민이가 가장 원했던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은 늘 부족했다.

직장에서 이미 지쳐서 집에 돌아온 엄마는 성민이가 다가가 안기려고 하면 ‘엄마 지금 너무 피곤해… 조금만 있다가…’ 하면서 슬그머니 아이를 밀어냈다. 이런 일이 몇 차례 반복되자 성민이는 더 이상 엄마를 기다리지 않게 되었다. 집에는 딱히 부모 역할을 대신 해줄 수 있는 사람도, 놀아줄 사람도 없었다. 친구들과의 놀이에도 끼지 못했다. 친구들도 엄마처럼 자신을 밀어낼까봐 선뜻 다가가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성민이는 자연스레 혼자 시간을 보내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만큼 마음에 차오르는 외로움도 커져 갔다. 그 외로움을 피하기 위해서 성민은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들만이 유일하게 자신을 위로해 줄 수 있는 편한 대상이었다. 그렇게 늘 혼자서 지내 온 성민은 점점 더 친구들에게 다가가기가 어려웠다. 그들로부터 소외된 성민은 게임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회피애착. 회피형 부모는 자녀와 같이 시간을 보내지 않는 편이다. 일상의 필요는 채워주지만 정서적 필요는 무시한다. 이들은 대체로 무심하고 아이와의 신체 접촉도 부담스럽게 여긴다. 아이의 감정에도 잘 공감하지 못한다. 아이가 기쁠 때나 힘들 때 그 마음을 읽어주고 반응해 주어야 하는데 아이의 정서적 신호에는 무관심하면서 매사에 자기 방식대로 통제하려 한다. 자신 역시 자라면서 부모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녀에게도 정서적으로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점차 부모와의 관계를 회피하거나 차단하게 된다. 부모에게 받아야 할 기본적인 사랑과 관심이 채워지지 않을 때 경험하는 고통과 좌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어려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는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억압하고 차단했기 때문에 타인의 욕구와 감정에도 공감하지 못하는 회피형으로 자란다.

회피형들은 어려서부터 사람을 피하거나 마치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무시하고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한다. 학교에 들어가서도 표정이 없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에 냉정하거나 사교적이지 않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점점 더 사람들과 친밀감을 형성하기가 어렵다. 이들은 훗날 성장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는 성향을 보인다.

가장 친밀해야 할 부모와의 관계에서 반복되는 거절을 경험했던 회피형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애착행동을 비활성화 시킨다. 자신의 힘든 마음을 표현하거나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기가 어렵기에, 회피하거나 그대로 방치해서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 감정을 차단하고 문제를 무시하는 회피형은 성격에도 문제가 생겨 성장하면서 강박성, 자기애성, 분열성 성격장애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부모가 변해야 우리 자녀도 건강한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 불안정한 애착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먼저 부모된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자신의 애착 유형을 진단해보고 부모도 변화되어야 한다. 부모가 성장한 만큼 아이의 아픔을 돌보고 보듬어줄 수 있다. 사랑하는 내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초췌한 얼굴 尹, 구치소행
  • 尹대통령 체포
  • 3중막 뚫었다
  • 김혜수, 방부제 美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