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이는 어려서부터 노상 혼자였다. 친구들은 서로 모여 노는데 성민이는 친구들과 저만큼쯤 떨어져 혼자 놀았다. 친구들이 같이 놀자고 손짓하면 고개를 한번 들어
성민이와 어머니 각각 애착검사를 실시했다. 놀이형식으로 진행한 애착유형 검사에서 성민이는 불안정-회피형으로 나왔다. 어머니도 성인애착검사에서 회피형으로 진단이 되었다. 성민이 부모는 둘 다 일을 하신다. 늘 바쁘셔서 성민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적었다. 어려서부터 성민이 양육은 가사 도우미의 도움을 받았다. 물질적인 필요는 무엇이든 넘치게 채워주었지만 성민이가 가장 원했던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은 늘 부족했다.
직장에서 이미 지쳐서 집에 돌아온 엄마는 성민이가 다가가 안기려고 하면 ‘엄마 지금 너무 피곤해… 조금만 있다가…’ 하면서 슬그머니 아이를 밀어냈다. 이런 일이 몇 차례 반복되자 성민이는 더 이상 엄마를 기다리지 않게 되었다. 집에는 딱히 부모 역할을 대신 해줄 수 있는 사람도, 놀아줄 사람도 없었다. 친구들과의 놀이에도 끼지 못했다. 친구들도 엄마처럼 자신을 밀어낼까봐 선뜻 다가가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성민이는 자연스레 혼자 시간을 보내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회피애착. 회피형 부모는 자녀와 같이 시간을 보내지 않는 편이다. 일상의 필요는 채워주지만 정서적 필요는 무시한다. 이들은 대체로 무심하고 아이와의 신체 접촉도 부담스럽게 여긴다. 아이의 감정에도 잘 공감하지 못한다. 아이가 기쁠 때나 힘들 때 그 마음을 읽어주고 반응해 주어야 하는데 아이의 정서적 신호에는 무관심하면서 매사에 자기 방식대로 통제하려 한다. 자신 역시 자라면서 부모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녀에게도 정서적으로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점차 부모와의 관계를 회피하거나 차단하게 된다. 부모에게 받아야 할 기본적인 사랑과 관심이 채워지지 않을 때 경험하는 고통과 좌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어려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는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억압하고 차단했기 때문에 타인의 욕구와 감정에도 공감하지 못하는 회피형으로 자란다.
가장 친밀해야 할 부모와의 관계에서 반복되는 거절을 경험했던 회피형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애착행동을 비활성화 시킨다. 자신의 힘든 마음을 표현하거나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기가 어렵기에, 회피하거나 그대로 방치해서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 감정을 차단하고 문제를 무시하는 회피형은 성격에도 문제가 생겨 성장하면서 강박성, 자기애성, 분열성 성격장애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부모가 변해야 우리 자녀도 건강한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 불안정한 애착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먼저 부모된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자신의 애착 유형을 진단해보고 부모도 변화되어야 한다. 부모가 성장한 만큼 아이의 아픔을 돌보고 보듬어줄 수 있다. 사랑하는 내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