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재생의료 기업 대표는 정부가 22일 발표한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책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몰라서 안 풀었던 게 아니라는 것이다.
바이오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첨단 재생의료 및 첨단 바이오의약품법 제정이다. 세포·유전자치료제, 줄기세포 등 바이오의약품의 심사와 허가 기간을 단축해 시장에 빨리 선보일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골자로 △희귀질환 환자 치료확대를 위한 바이오의약품 우선 심사 △개발사 맞춤형 단계적 사전 심사 △유효성 입증한 바이오의약품의 조건부 허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10년 넘게 걸리는 유전자 및 세포치료제 개발 기간을 약 3년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환자들로서는 치료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고 개발업체는 개발비용을 줄이면서 매출을 올릴 수 있어 또 다른 치료제 개발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첨단바이오법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이종장기 이식 연구도 벽에 부딪혀 있는 상황이다. 무균돼지에서 각막이나 췌도 등 사람이 쓸 수 있는 장기를 만들어 내는 것인데 정부 프로젝트로 15년간 500억원이 넘는 연구비가 들었다. 하지만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은 올해 연말로 미뤄진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완전한 법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일단 법을 만들고 세부적인 내용을 가다듬는 방향이라도 빨리 법이 시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상시험 단계별로 5년간 장기추척을 해야 하는 것도 바이오산업을 발목잡는 대표적 규제로 꼽는다. 한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업체 대표는 “모든 임상시험 단계에서 5년 장기추적으로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질환 특성에 따라 장기추적 여부를 정해야 하는데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뭉뚱그려 ‘줄기세포치료제’로 묶어 급성질환 치료제도 장기추적을 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고 말했다. 급성질환은 병이 생기면 2~3일 내에 빨리 치료를 하면 완치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망한다. 둘 중 하나다. 이 대표는 “줄기세포치료제로 완치한 뒤 5년 추적관찰 중 암 같은 부작용이 생겼다면 이게 줄기세포치료제의 안전성 문제인지 또 다른 원인인지 따지기 어렵다”며 “밝힐 수 없는 문제지만 불필요한 규제 탓에 기업은 비용이 많이 드는 장기추적관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직접 의뢰하는 유전자검사’(DTC)도 규제가 발전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현행법상 DTC가 허용되는 유전자 검사는 콜레스테롤, 체질량지수, 혈당, 혈압, 혈당, 탈모 등 12가지 항목에 불과하다. 미국은 알츠하이머치매, 파킨슨병 등을 비롯해 100여개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고 일본은 규제 자체가 법이 아닌 지침에 불과하다. 사실상 규제가 없는 수준인 것. 그러다 보니 시장조사업체 크리던스리서치에 따르면 2014년 656억원 규모이던 전세계 DTC 시장 규모는 2016년 1055억원으로 2년새 61% 커졌다. 2022년에는 4053억원으로 확대될 예정이지만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요원하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한 유전자 분석업체 관계자는 “외국은 유전자분석으로 암 위험도 미리 알아 대처하는 수준”이라며 “국내 DTC 업체가 이를 못 하는 이유는 기술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규제가 이를 가로막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