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산업이 IT와 만나 4.0시대를 맞았다. 유니클로의 3D 니트 공정 모습.(사진=유니클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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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패션 산업이 정보통신기술(IT)과 만나 4.0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IT를 바탕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시장 트렌드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기존 패션 산업이 판매 채널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4.0시대에는 IT 활용 여부가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한국패션협회에 따르면 패션 1.0시대는 화폐를 통한 거래로 정의한다. 이때만 해도 지금의 백화점이나 마트의 개념이 없었다. 현재의 오프라인 유통체계는 패션 2.0시대에 정립됐으며 패션 3.0시대에 접어들어 온라인 쇼핑이 추가됐다. 패션 4.0시대는 기존의 유통 시장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최첨단 IT를 접목하는 것을 말한다.
패션 4.0시대를 대표하는 기업은 유니클로다. 유니클로는 지난 2016년 무봉제 니트웨어 편직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시마 세이카와 합작해 ‘니트웨어 이노베이션 팩토리’를 설립했다. 니트웨어 이노베이션 팩토리는 지난해 유니클로 가을겨울(F/W) 시즌에 3D 니트를 처음 선보였다. 3D 니트는 무봉제 기법으로 생산해 우수한 착용감과 가벼운 움직임 등을 특징으로 한다. 마치 3D 프린터로 생산한 것처럼 하나의 실로 완성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는 장점도 있다.
니트웨어 이노베이션 팩토리에서 제작한 3D 니트는 생산의 효율성도 높다.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 샘플링, 봉제에 이르기까지의 생산 과정이 1~2개월에서 최소 1일, 최대 2주로 대폭 단축됐다.
IT는 패션 산업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 일본 구마모토 시에 있는 시타텔은 IT 플랫폼을 통해 100여개의 공장과 디자이너들을 연결해준다. 또한 시타텔은 공장 봉제 수준과 요금, 소요 시간, 가동 상황 등을 분석해 디자이너에게 제공한다. 2017년 말 기준으로 공장 250여개와 디자이너 3100여명이 시타텔에 등록했다.
일본에서는 봉제 공장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시도도 벌어지고 있다. 도쿄 시부야에 있는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는 소비자가 봉제 공장에 의류, 패션 잡화 등을 직접 의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타텔은 웹상에서 유니폼과 의류 상품을 제작하는 ‘위아’(WE ARE) 서비스를 추가했다. 위아는 전문 의류 업체 외에도 기업·단체에서 아이디어를 내면 원스톱으로 옷을 만들어준다.
| 남성복 브랜드 로가디스는 패션과 IT기능을 접목한 스마트 수트를 선보인 바 있다.(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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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패션 브랜드들도 4.0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남성복 브랜드 로가디스는 무선근거리통신(NFC) 칩을 커프스 버튼에 탑재해 상의 안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으면 자동 무음 및 에티켓 모드, NFC를 이용한 이메일, 명함 전송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IT 기술로 개발한 소재를 활용해 발열과 자외선 차단 등의 기능성 정장을 선보이고 있다. 로가디스는 겨울 정장에 발열 소재 안감을 적용해 온도를 2~3도 높였고, 여름 정장에는 발수 및 자외선 차단 소재로 체온을 2~3도 낮추는 효과를 거뒀다.
한세실업은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 팩토리의 하나로 ‘햄스(HANSAE Advanced Management System)’를 개발했다. 햄스는 전 세계에 흩어진 30여 개의 공장을 한 번에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별도의 개인정보단말기(PDA)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장 과정을 점검할 수 있다. 또 재단, 봉제 등 제조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파악해 해결할 수 있다.
태평양물산도 지난 2월 자체 개발한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 ‘QME(Qualified Manufacturing Engine)’를 베트남 박닌성에 있는 VPC 법인에 최초로 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 산업이 점점 고도화되면서 IT 활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며 “IT와 패션 산업이 접목되면서 생산성이 개선되고 빠르게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도 갖춰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