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층 룰'에 갇힌 압구정 재건축…강남구가 '천장깨기' 시동건다

'합리적 개발案' 용역 발주키로
재건축 계획안 3차례 서울시 심의 보류
'35층 규제' 완화 등 市에 제안 계획
'원칙 고수' vs '탄력적용' 재점화할 듯
  • 등록 2018-11-12 오전 4:30:00

    수정 2018-11-12 오후 1:40:08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부동산시장 안정을 이유로 서울 내 개발 계획이 전면 보류되는 가운데 강남구가 압구정을 비롯한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 ‘밑그림’ 그리기에 먼저 시동을 건다. 현재 35층으로 일괄 적용되는 한강변 아파트 층고를 비롯해 지역 특성을 고려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을 서울시에 제안하기 위해서다.

내년 서울시 전체 개발 틀이라 할 수 있는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 재정비를 앞두고 한강변 아파트 층 높이를 포함한 개발 방향 관련 논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변화 앞둔 서울시 개발 방향 계획

서울시와 강남구 등에 따르면 강남구는 이달 안에 ‘강남구 공동주택 재건축 관련 합리적 개발방안 수립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강남구는 현재 ‘예비 공사판’이라고 할 만큼 아파트를 헐고 다시 짓는 재건축 절차를 활발하게 진행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서울에서 안전진단부터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재건축하는 아파트 단지 124개 가운데 41개가 강남구에 위치해있다. 경관부터 인구 구성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용역이 발주된 배경이다.

이번 용역에서의 핵심은 압구정 아파트지구에 있다. 현재 압구정 개발의 주도권은 서울시가 쥐고 있다. 2016년 서울시는 압구정의 입지적 중요도를 고려해 압구정 아파트지구를 정비계획에서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해 직접 계획안을 마련하고 있다. 시는 압구정 24개 단지를 6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묶어 한강변에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고, 압구정역 인근에 종 상향으로 랜드마크가 될 주상복합을 짓도록 하는 등 구역별 특성화 전략을 짰다.

하지만 계획안의 건축 심의가 보류되며 압구정 아파트 재건축 시기도 함께 밀리고 있다. 계획안은 지난해 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세 차례 상정됐지만 모두 심의가 보류됐다. 올해 상반기엔 6·13 지방선거를 앞뒀다는 이유로, 하반기엔 집값 급등을 이유로 각각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서울시는 내년 서울 전체를 대상으로 수립하는 최상위 종합공간계획인 서울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을 재정비할 방침이다. 도시기본계획은 서울 전역에 대해 어떤 공간으로 활용하고 장기적으로 어떻게 발전시킬지 등을 제시하는 계획으로 서울 개발의 기본 틀이라 할 수 있다. 이는 20년을 기준으로 수립된 다음 5년마다 타당성 등을 검토해 정비하도록 돼 있는데, 내년이 바로 수정 반영하는 해다.

심의가 보류된 서울시의 ‘압구정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토지이용계획’ 역시 용적률, 높이, 구역별 공공기여 비율 등을 상위계획 기준에 따른다고 돼 있다. 서울플랜과 한강변관리계획이 어떻게 짜여지느냐에 따라 현재 35층으로 제한된 층고를 비롯해 압구정 지구단위계획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강남구로선 압구정 개발 방향을 결정지을 지구단위계획은 물론, 그 상위 계획인 도시기본계획까지 유동적인 상황에서 먼저 이번 용역 결과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앞서 압구정 지구단위계획 전환 당시 강남구는 “압구정아파트지구 재건축은 한강과 도심이 조화된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반영된 35층 이상 개발로 압구정 한강복합 랜드마크로 조성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용역을 맡긴 이후 결과가 나오기까진 10개월가량 걸릴 전망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압구정, 지형 고려해 랜드마크로 만들어야”

압구정 아파트지구 개발에 있어 가장 첨예한 쟁점은 건물 높이다. 현재 2030 서울플랜에 따라 한강변 아파트 층고는 35층으로 제한된다. 강남구와 압구정 아파트 입주민은 이를 지역 여건에 맞게 ‘35층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고층 아파트는 조망권이 뛰어날 뿐 아니라 분양·매매가격을 높게 받을 가능성이 크다. 사업성이 좋아진다는 얘기다. 또 건물 디자인 측면에서도 다양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한강변에서 튀어나온 지형에 있는 압구정을 35층으로 막아버리면 고만고만한 건물 밖에 지을 수 없다”며 “획일적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지역 여건에 맞춰 층 높이 등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서울시는 전문가와 시민 등이 참여해 정한 기준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층고 기준은 도시기본계획에서 고심한 끝에 결정한 것”이라며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원칙은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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