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이후 안전장치 뭐가 달라졌는가

  • 등록 2017-12-25 오전 6:00:00

    수정 2017-12-25 오전 6:00:00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안전시스템은 거의 나아진 게 없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는 안전 불감증에 우왕좌왕 허술한 초동대처 등 대형사고 때마다 지적됐던 문제점이 고스란히 되풀이됐다. 평소 법규를 잘 준수하고 골든타임만 제대로 지켰어도 살 수가 있었을 안타까운 죽음이 많았다. 마치 세월호 사태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만 같은 끔찍한 사고였다.

이번 화재사고는 필로티 건축구조에 불에 잘 타는 드라이비트 마감재로 외벽을 처리한 것이 인명피해를 키웠다. 130여명의 사상자를 낸 2015년 의정부 아파트화재의 판박이다. 의정부 사고 이후 불연성 외장재를 쓰도록 했지만 제천 스포츠센터는 작년 리모델링하면서 내화 외장재를 쓰지 않았다.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고 2층 여성 사우나의 비상구 통로는 철제 선반에 가로막혀 있었다. 비상경보 시스템도 무용지물이었다. 이를 단속해야 하는 지자체도 팔짱을 끼고 있었던 결과다. 명백한 인재(人災)다.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소방당국의 허술한 초동대처가 무엇보다 안타깝다. 현장 주변의 불법주차 차량에 막혀 소방차 굴절사다리는 설치하는 데만 30분이 걸렸고, 그나마 고장이 나서 제 구실도 못했다. 결국 민간 사다리차가 3명을 구조하는 사이 소방서 사다리차는 1명 구조에 그쳤다고 한다. 여성 사우나실의 창문을 깨고 구조작업을 했더라면 희생자를 크게 줄였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이 가라앉는 선체 주위를 빙빙 돌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민간 어선들이 구조에 나섰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재난안전관리를 국가가 책임진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최근 인천 영흥도 낚싯배 침몰에 잇단 타워크레인 사고, 신생아 집단사망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안전의식과 시스템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증거다. 현장을 찾은 문 대통령에게 “세월호 이후 안전시스템이 나아진 게 뭐냐”고 절규한 어느 유족의 격앙된 목소리에 우리 모두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 참사가 터지면 생색을 내듯이 긴급대책을 연달아 내놓고도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되는 악순환은 과연 끊을 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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