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재사고는 필로티 건축구조에 불에 잘 타는 드라이비트 마감재로 외벽을 처리한 것이 인명피해를 키웠다. 130여명의 사상자를 낸 2015년 의정부 아파트화재의 판박이다. 의정부 사고 이후 불연성 외장재를 쓰도록 했지만 제천 스포츠센터는 작년 리모델링하면서 내화 외장재를 쓰지 않았다.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고 2층 여성 사우나의 비상구 통로는 철제 선반에 가로막혀 있었다. 비상경보 시스템도 무용지물이었다. 이를 단속해야 하는 지자체도 팔짱을 끼고 있었던 결과다. 명백한 인재(人災)다.
문재인 정부는 “재난안전관리를 국가가 책임진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최근 인천 영흥도 낚싯배 침몰에 잇단 타워크레인 사고, 신생아 집단사망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안전의식과 시스템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증거다. 현장을 찾은 문 대통령에게 “세월호 이후 안전시스템이 나아진 게 뭐냐”고 절규한 어느 유족의 격앙된 목소리에 우리 모두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 참사가 터지면 생색을 내듯이 긴급대책을 연달아 내놓고도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되는 악순환은 과연 끊을 수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