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몽니 부추긴 '無대책 정부'

  • 등록 2017-03-06 오전 4:59:59

    수정 2017-03-06 오전 4:59:59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중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관련 보복을 점점 노골화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안이하고 부적절한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5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드 보복 조치를 취한 게 없어 대응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이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의 중국내 점포 영업을 잇따라 정지시키고, 한국행 단체관광을 제한하는 등 우리 기업과 경제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는데도 안이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1당 독재국가라는 점에서 사드에 대한 전방위적 보복 조치는 충분히 예견돼 왔다. 특히 박 대통령 탄핵은 중국이 총공세를 퍼부울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사드 배치를 강행하기 위해 ‘정경분리’ 원칙만 내세우다 대응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을 받는다.

앞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해 7월 국무총리 자격으로 국회 긴급현안질문에 출석해 중국의 사드 보복 가능성에 대해 “그런 우려의 소지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같은 자리에서 “꼭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전면적인 경제 보복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권 레이스에 접어든 정치권의 움직임도 사태를 키웠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드 문제에 대해 “다음 정부에서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가 “한·미 간 합의가 이뤄진 것을 그렇게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대선 후보 지지율 1위 정치인의 발언으로 인해 사드 철회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던 중국이 실망감에 보복을 본격화했다는 해석도 있다.

정부는 뒤늦게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종합대책반을 꾸려 한류 콘텐츠 및 한국 관광과 관련한 중국 현지 모니터링을 시작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무역 보복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깊은 우려’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적극적인 대응을 시사했다. 그러나 외교·경제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안이어서 범 정부 컨트롤타워 없이 부처별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 공식 의사를 결정하려면 부처별로 현안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며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여러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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