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대 초반 중장년층 투자자들 사이에서 화려한 노후 생활을 하면서 시세 차익까지 누릴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큰 인기를 끌며 분양됐던 실버주택(노인복지주택)이 몇 년 전부터 입주율이 떨어지고 가격도 하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시장이 형성되다 보니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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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에 공급된 실버주택은 31개 단지 5376가구에 이른다. 이는 직전 연도인 2014년보다 6.8%(342가구) 증가하는데 그쳤다.
실버주택은 만 60세 이상에게 공급하는 주택으로 일반아파트가 주택법으로 관리되는 것과 달리 노인복지법의 적용을 받는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만 60세 이상이면 누구나 신청을 할 수 있다. 급속화 고령화로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틈새상품으로 각광받으며 꾸준히 공급이 이어졌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전체 가구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후로 꾸준히 숫자가 회복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2008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름만 실버주택인 곳도…입주율 낮고 가격도 하락세
정부가 입주민 제한을 하지 않았던 2008년 8월 이전에 공급된 주택의 경우 60세 미만에게도 매매와 임대가 가능해 현재는 입주민 대다수가 젊은층으로 바뀌어 무늬만 실버주택인 곳도 있다. 대표적인 단지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카이저 팰리스 클래식’과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 ‘벽산 블루밍 더 클래식’이다. 상암동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입주민의 70~80% 정도가 30~40대이고 60세 이상은 많지 않다”며 “사실상 실버주택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정부가 2015년 1월 28일 이후 실버주택에 대한 분양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실버주택이 젊은층에 매매되거나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는 우려가 나온 것에 대한 대응 조치였다. 이후 분양 물량이 뚝 끊겨 올해 들어서는 지난 4월 두산중공업이 광교신도시에 분양한 ‘광교 두산 위브’와 이달 GS건설이 용인 동백지구에서 분양 예정인 ‘스프링 카운티 자이’가 전부다. 게다가 스프링스카운티 자이는 마지막으로 분양되는 실버주택이다.
그나마 GS건설의 스프링 카운티 자이 단지는 그동안 제기됐던 실버주택의 문제를 개선한 모델을 적용해 짓는 알려지면서 사업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프링 카운티 자이는 전 가구를 전용 74㎡ 이하의 중소형으로 구성해 분양가 및 임대 보증금, 관리비 부담을 줄였다. 또 식당을 비롯한 피트니스 센터 등 부대시설을 GS건설 자회사에서 통합 관리할 예정이다. 대형 종합병원과의 의료 연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보증금 반환도 GS건설이 직접 보장한다. 스프링 카운티 자이가 향후 실버주택 사업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실버주택은 공기 좋고 쾌적한 지역을 중심으로 많이 공급됐으나 의료기관 접근성이 떨어지고 입주민 이외의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점 때문에 수요자들에게서 외면받고 있다”며 “실버주택을 선택할 때는 입지가 도심과 가깝고 주변에 편의시설이 많은지, 운영사가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입주민들의 분위기가 어떤지 등을 미리 살펴보고 입주해야 기대한 노후생활을 편하게 누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