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국내 대기업들이 중국 투자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 정부가 들어선 뒤 중국 경제성장의 새로운 견인차로 부상하고 있는 서부 지역으로 앞다퉈 몰려 가고 있다.
중국 서부 지역의 핵심 도시는 시안(西安)과 충칭(重慶)이다. 시안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들의 잇따른 진출로 ‘삼성 타운’으로 변모하고 있다면, 충칭은 현대차를 필두로 LG, SK, 포스코 등이 기반을 마련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이뤄진 거대한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는 모습이다. 바야흐로 시안과 충칭을 양대 축으로 한 국내 기업들의 중국 서부 개척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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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의 수도이자 서유기의 주요 무대로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 중 한 곳인 시안은 최근 글로벌 기업 삼성의 중국 내 핵심거점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삼성전자·삼성SDI·삼성SDS·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삼성화재·호텔신라 등 7개 계열사가 시안에 터를 잡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해외 투자로는 최대 규모인 70억 달러를 들여 낸드플래시 공장을 지은 삼성전자(005930)와 오는 10월 전기차 배터리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는 삼성SDI(006400)는 현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삼성SDS(018260)의 경우 전동수 사장이 지난달 직접 시안을 방문해 현지 정부와 인력·조직 확대, IT 솔루션 및 물류 사업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삼성은 시안을 발판으로 중국 서부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겠다는 각오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자신의 고향인 시안을 서부 개발 정책의 허브로 만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실제로 지난 13일 이 부회장은 장 상무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 서부 개발을 포함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어젠다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일대일로는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복원해 중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시안을 비롯한 중국 서부 지역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한 재계 인사는 “이 부회장과 시 주석이 돈독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다수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충칭, 車 산업 중심 클러스터 형성
이에 따라 차량 부품 및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충칭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2008년 충칭에 자동차 강판 등을 판매하는 가공센터를 설립한 포스코(005490)는 연산 300만톤 규모의 파이넥스 일관제철소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달 22일 중국 정부의 비준을 획득했다”며 “현대차 충칭 공장이 가동되면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LG화학(051910)도 현지 차량용 플라스틱 소재 수요 증가에 대비해 충칭에 EP(엔지니어링 플라스틱·Engineering Plastics)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한국타이어(161390)는 오는 10월 충칭 제2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하루 1만6000개의 타이어를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됐다. SK(003600)종합화학은 중국 최대 국영 석유기업 시노펙과 함께 충칭에 부탄디올(BDO) 합작공장 설립을 준비 중이다. BDO는 합성고무 소재인 폴리우레탄의 원료로 이를 이용해 자동차 타이어나 범퍼, 시트 등 각종 내마모성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충칭에 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는 자동차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다”며 “중국 서부 지역의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자동차 보급률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관련 사업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