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 창업 로망, 현실을 아시나요?

여성, 젊은 직장인들의 바람..커피전문점 창업
국내 2만개 이상..경쟁 치열, 다른 분야比수명↓
실제 육체·정신 노동 상당.."수익 창출 어려워"
  • 등록 2015-05-12 오전 3:00:00

    수정 2015-05-12 오전 3:00:00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커피전문점 전경. 커피전문점 창업은 여성, 20~40대 직장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창업 분야로, 국내 커피점은 2만개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김정숙(가명, 59)씨는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양재동 주택가 부근에 33㎡(10평) 커피전문점을 창업했다. 평생 전업주부로 살아온 김 씨는 노후에 음악을 마음껏 들으며 지인들과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작은 커피전문점을 차리는게 꿈이었다.

그는 “친한 동생이 장사를 그만둔다고 해서 바로 넘겨받았다. 평소 요리를 잘해서 커피는 금방 배울거 같았다”며 “다른 요식업처럼 밤늦게까지 술 손님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힘든 일이 적어보였는데 생각외로 육체노동도 많고 감정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8개월이 지난 지금, 김 씨의 한 달 평균 수익은 90~100만 원 가량이다. 김 씨는 하루빨리 카페를 접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과 20~40대 직장인 창업 선호도 1위는 커피전문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익을 내고 싶다면 커피점에 손을 대지 마라”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커피 창업의 수명은 2.6년으로 4~5년에 달하는 다른 분야의 창업보다 절반가량 짧다. 커피전문점 창업의 특성과 어려움, 전략 등을 총 3회에 걸쳐 알아봤다.

육체·감정 노동 많은 분야..“객단가 낮아 수익 창출 힘들어”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5 서울커피엑스포’를 찾은 관람객들이 커피의 원두를 살펴보고 있다.
커피점 창업의 특성이자 가장 큰 문제점은 ‘환상’이 개입된다는 것이다. 예비 창업자들은 고객이었을 때 느꼈던 ‘여유로움’이 창업 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착각하고, 한 6개월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후 무턱대고 가게를 연다.

박승룡 로버스트컨설팅 대표 겸 가맹거래사는 가장 준비와 각오 없이 창업하는 분야가 바로 ‘커피전문점’이라고 지적했다. 창업은 관련 분야에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했던 사람이 아니라면 최소 1년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커피점은 앞서 사례로 들었던 김 씨처럼 지인에게 가게를 인수받는 식으로 무턱대고 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커피전문점이 다른 창업에 비해 노동강도가 적고, 일이 쉬워 보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물론 커피를 잘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매장을 잘 운영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라며 “커피전문점은 생각외로 육체노동도 많고, 동네 상권에 있는 경우 아줌마들을 상대로 감정노동도 상당하다. 최소한 6개월 이상 커피점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현장 경험을 쌓은 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커피전문점은 생각외로 고된 노동이 수반된다. 이미 배전(볶은)된 원두를 사서 에스프레소 추출만 한다고 해도 이를 갈아 에스프레소 기계에 넣고, 추출하는 일을 비롯해 설거지, 매장·화장실 청소 등 해야 할 일이 상당하다. 또, 본인이 매장에서 일하는 경우, 감정 노동도 감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커피전문점은 수익을 내기 상당히 어려운 분야다. 우선 경쟁이 과도하게 치열하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커피전문점은 2만여 개에 이른다.

이인호 창업e닷컴 대표는 “강남이나 여대 앞은 한 집 건너 한 집이 커피 전문점일 정도로 시장이 포화 상태다”라며 “이렇게 되자 살아남기 위해 최근엔 아메리카노 한 잔에 990원을 받는 곳도 생겨났을 정도로 출혈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식음료업계에 비해 객단가가 낮고, 회전율이 가장 느리기 때문에 고정비를 넘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이 대표는 “음식점에서 주저앉아 세 네시간씩 먹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술을 마시기 때문에 적어도 2~3만원은 팔아주고 나간다”며 “그렇지만 커피점은 3000~4000원짜리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반나절을 버티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회전율이 낮다”고 전했다.

만일 좌석이 없는 곳에서 테이크아웃(들고 나가는) 커피를 판다고 해도 이런 집들은 몫이 좋은 곳에서 장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릿세가 많이 나가게 된다. 또 테이크아웃 전문점은 직장인이 많은 상권에 자리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한꺼번에 몰리는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아르바이트 생을 써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도 적지 않다.

이 대표는 “많은 사람이 5000원짜리 커피의 원두 원가가 250원이라는 기사를 보고 커피 전문점이 상당히 많이 남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창업엔 커피 원두 가격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다”며 “사람들이 이런 한정된 정보를 가지고 창업에 뛰어드는데 나 같은 경우는 수익을 얻기 위해서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커피점을 절대 권하지 않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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