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6년만에 최저..정·화·조 '악몽' 지속?

날개없는 국제 유가, 6년 만의 최저 수준
정유·화학, 수요·제품가↓..조선, 수주 가뭄
  • 등록 2015-03-19 오전 1:00:00

    수정 2015-03-19 오전 1:00:00

[이데일리 정태선 성문재 기자] 국제유가가 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정유·화학·조선 업계(약칭 정화조)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 정화조 업종은 유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장기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상황에서 추가적인 유가 급락으로 구조조정 효과가 반감돼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올초 반등 기미를 보이면서 ‘바닥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이달 들어 다시 하락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 선물 가격은 43.46달러를 기록해 2009년 3월 이후 6년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북해산 브렌트유 4월물 가격은 53.51달러로 이달 들어서만 14.5% 빠졌다. 우리나라 수입물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이달초(59.58달러)보다 13.3% 떨어진 51.64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국제 유가 추이(단위: 배럴당 달러, 자료: 한국석유공사)
지난해 4분기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내밀업던 정유업계는 악몽이 재현될까 초긴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숨통이 좀 트이나 했는데 또 금세 하락했다”며 “40달러 정도를 하한선으로 보고 유가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달 이란 핵협상이 타결되면 그동안 서방의 제재로 판로가 막혔던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쏟아져 나와 공급이 급증해 유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096770)·GS칼텍스·에쓰오일(S-OIL(010950))·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최근 등락을 거듭중인 유가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자체적으로 구축한 구매 계약·물량 조절 프로그램을 활용해 시장변화에 즉각 대응하고 있다. 원유를 100% 수입해오는 정유사 입장에서는 유가 하락 기간에 이뤄지는 거래에서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계약시점과 재고운용을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업체별로 다양한 지역의 수입선을 새로 개척해 가격 협상력을 키우는가 하면 사업구조 재편 전담 조직을 꾸려 수익성 제고 방안을 모색하는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도 비상이다. 중국산 저가제품의 공세와 함께 유가 하락에 따른 제품가격 인하로 고전하는데 상황이 더 나빠질까 우려하고 있다. 원유에서 나오는 납사(나프타)를 원료로 쓰는 석유화학업에서는 납사 가격 하락은 원가 개선요소이다. 하지만 고객의 구매의욕가 저하돼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 문제다. 국제유가가 급락으로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몇 달치 재고가 있는 수요처에서는 보통 구매를 뒤로 미루기 때문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급락은 매출감소와 함께 석유화학제품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LG화학은 작년 석유화학부문에서 매출 17조 2645억원, 영업이익 1조 1173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2.0%, 16.1%가 줄었고, 올해도 수익성 개선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작년부터 해양플랜트 분야의 수주는 기대를 버렸다. 바다에서 원유를 뽑아 저장하는 FPSO부유식 원유시추저장설비는 한 척의 건조 비용만 20억달러 정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3~4년전 만해도 국내 조선3사가 시장점유률 50%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유가가 50달러 밑으로 반토막이 나면서 국내 조선사들은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영향은 국내 관련 부품 제조사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해 위기를 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6년만의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국제유가가 당분간 상승 가능성도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OPEC 회원들간의 이해관계가 다른 상황에서 생산량마저 조절이 쉽지 않다는 이유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도 개선 조짐이 불명확해 수요마저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화조 업종에 대한 특단의 지원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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