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11건 사고" 안전하지 못한 지하철 '안전문'

센서 오류 등 일상적 장애 서울메트로서만 하루 50~60건
A/S기간 종료돼 울며겨자먹기로 자체적으로 수리
차량 출발 스크린도어 개폐 연계하는 RF방식 확대해야
  • 등록 2014-09-29 오전 6:00:00

    수정 2014-09-29 오전 6:00:00

[이데일리 고재우 채상우 기자] 지하철 승객 안전을 위해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설치한 스크린도어(안전문)가 허술한 관리 때문에 제 몫을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여러 업체가 나눠 스크린도어를 시공한 탓에 관리시스템이 제각각이어서 관리가 쉽지 않은데다 에프터서비스(A/S) 기간이 이미 종료돼 고장이 나도 지하철공사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스크린도어 사고 한해 평균 11건

서울메트로와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스크린도어 관련 사고는 도입 완료 첫해인 2010년 10건을 시작으로 2011년 13건, 2012년 14건, 2013년 7건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9월 현재 3건이다. 연 평균 11건 수준이다.

문제는 스크린도어 사고는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발생한 이수역 80대 할머니 사망 사고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성수역에서 스크린도어 점검 직원이 센서 점검 중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사망했고 2012년 12월엔 용두역에서 지체장애인이 스크린도어가 고장 난 상태에서 기관사가 강제로 문을 닫고 출발, 선로에 떨어져 다치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스크린도어 이상으로 열차가 5분 이상 연착한 경우에만 스크린도어 사고로 집계될 뿐 하루 평균 50~60건에 달하는 센서오류 등 일상적인 장애는 아예 집계 대상에서 조차 배제돼 있다.

A/S 기간 3년 그쳐..고장나면 자체 수리

서울 지하철 스크린도어는 구간별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돼 구간에 따라 설치된 스크린도어와 관리시스템이 제각각이다.

서울메트로는 구간별로 4개 업체와 계약해 스크린도어 설치작업을 진행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삼중테크, 서윤산업, 피에스에스 텍(PSS tech) 4개사다. 하청업체까지 포함하면 80여곳이나 된다. 서윤산업은 공사 중 부도가 나 시공사가 현대엘리베이터로 바뀌는 등 부침을 겪었다. 공사를 맡았던 하청업체들 중 폐업한 곳도 여럿이다.

A/S 기간도 이미 만료돼 서비스를 요구하려면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A/S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1·3·4호선과 2호선의 관리시스템도 다르고 시공사 중 도산한 업체도 있다 보니 스크린도어 관리가 굉장히 힘들다”며 “A/S기한이 끝나 유지·관리 책임을 우리가 져야 하는데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1·3·4호선만 센서방식..코레일 때문에

서울메트로가 운행하는 지하철 1~4호선 중 2호선을 제외한 나머지 노선은 스크린도어가 열려있어도 열차 출입문만 닫히면 열차가 출발할 수 있는 센서 방식이다. 반면 2호선은 스크린도어가 하나라도 열려있으면 열차 출발 자체가 불가능한 무선통신(RF) 방식이다.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5·6·7·8호선도 모두 RF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관계자들은 ‘장기적으로 스크린도어 작동 방식을 RF방식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스크린도어가 개방된 상태에선 열차 출발이 불가능한 만큼 최근 발생한 이수역 사고 같은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1·3·4호선에 RF방식을 적용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서울메트로와 코레일이 선로를 함께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RF방식은 열차 내부엔 차상장치, 스크린도어에는 지상장치를 설치한 후 서로 교신해 출입문을 개폐하는 것”이라며 “현재 코레일 열차 안에 차상장치가 설치되지 않아 RF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스크린도어에 지상장치 등을 설치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어떻게 나눠 책임 질 것이냐의 문제 또한 걸림돌이다.

이 관계자는 또 “RF방식 도입은 기술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예산문제도 얽혀 있기 때문에, 기관간의 협의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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