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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균 대중문화평론가] 대중음악콘서트는 팬심형과 음악감상형 두 부류로 거칠게 나눌 수 있을 듯하다. 팬심 가득한 ‘그들만의’ 축제일 수도 있고 뮤지션의 고차원 음악적 퍼포먼스를 진지하게 감상하는 기회일 수도 있다. 물론 팬심형에도 웰메이드 음악이, 감상형에도 팬심이 함께할 수는 있지만 관객의 티케팅의 동기를 따져보면 이 양분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구분법을 거부하는 공연이 열렸다. 서울 잠실동 잠실체육관에서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슈퍼주니어(이하 슈주)의 ‘슈퍼쇼6’가 그렇다. 데뷔 10년 차 슈주는 아이돌 중 최고참 중 하나로 활발히 활동 중이기에 공연은 아이돌답게 팬심형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한류 최고 스타답게 글로벌 팬들로 가득 찬 공연임에도 ‘슈퍼쇼6’는 팬심형 공연으로 한정하기에는 무언가 딱 들어맞지가 않았다.
음악감상형 관객들이더라도 즐길 수 있을 공연이었다. 마치 심오한 예술영화 팬이어도 때론 극장을 찾게 되는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말 그대로 누구나 즐길 만한 규모와 볼거리를 갖춘 ‘슈퍼’한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파란 형광봉의 환호 속에 시작된 공연은 판타지·액션·멜로 등 다양한 테마의 단편 영상물을 연결고리로 펼쳤다. 보통 콘서트 사용 영상물들이 다소 엉성한 데 반해 이 영상물들은 실제 드라마나 영화에 거의 육박하는 고퀄리티로 제작됐다. 백스크린 전면을 차지하는 LED 등 무대 장치, 공연장 내 공간을 촘촘히 채우고 풍성하게 가르는 조명 등 공연구성 요소들이 물량이나 질적 측면에서 여타 공연을 압도했다. 다만 사운드는 좀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힘이 있었지만 체육관이라는 장소의 한계를 완벽히 넘어서지 못하고 가끔 소리가 찌그러지기도 했다.
‘슈퍼쇼6’는 팬들만의 잔치로 머물기에는 아쉬운 공연이다. 슈퍼주니어만이 차별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콘서트의 블록버스터스러움은 슈퍼주니어의 멤버를 다 모르더라도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블록버스터 콘서트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독특하고 소중한 콘텐츠라 할 수 있을 것이다.